선배 형께서 자식을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평소 아무리 어려워도 내색을 않는 분입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 무슨 일이 있나보다 했습니다.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다고만 했습니다. 대단히 심각한 일이라는 느낌은 방정맞게도 들어맞았습니다. 부부간에 가슴앓이 하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안식구’ 핑계를 대지만 정작 형 자신도 무척 견디기 어려워하는 모습입니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한 달쯤 지났지만 부모는 아직도 자식을 떠나보낸 것이 믿어지지 않나봅니다. 하긴 자식이 감기만 걸려도 걱정인 것이 부모 마음인데 오죽 하겠습니까. 사는 동안 가슴에 묻어두고 좋은 일 궂은 일 만날 때마다 불러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한숨과 눈물을 흘릴 형이 안쓰럽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토하는 모습이라니….

세월호와 함께 떠나보낸 가족들의 심경은 어떨까요. 생때같은 자식이 수학여행 간다며 즐겁게 나서는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겠지요.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면, 억울하지 않은 죽음이라면 가슴에라도 묻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피할 수 없는 길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는 세월이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슴속에도 묻지 못한 가족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여자는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아직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주인이던 유병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사고가 아닙니다. 유병언이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발표만으로 덮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 대통령의 명령이면 산 사람도 죽었다고 그럴듯한 연극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믿을 수 없습니다. 유병언이 죽었다는 말조차도.

선원들이, 해경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았습니다. 돌이켜봅니다. 배 밖으로 탈출할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구조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했습니다. 여건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이 게으름을 부렸습니다. 살려야 한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선원들은 탈출하면서 왜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까요. 해경은 왜 구조를 포기했을까요. 정부당국자들은 왜 그렇게 국민의 생명을 외면했을까요.

아무리 되짚어 봐도 납득할 수 없는 그날, 2014년 4월 16일의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사고가 아니라 살인극을 벌인 날이라는 생각만 가득합니다. 그리고 3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세월호를 외면했습니다. 유가족을 귀찮은 존재로 몰았습니다. 다시 물 위로 떠오른 세월호가 모든 것을 밝혀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후손들이,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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