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앞당겨 치러지고 있다. 헌데 이게 대선이 맞나 싶다. 각 당마다 후보 경선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으로는 분명 ‘대선정국’이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끼리 다투는 모습이 가관이다. 탄핵으로 사실상 파문 당한 새누리당의 간판만 바꾼 정당까지 후보 경선이 그럴듯하게 치러지고 있다. 이게 무슨 꼴인가. 대통령 선거가 코미디인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이 코미디언으로 보인다.

소위 ‘대선주자’가 가장 많은 당은 자유한국당. 네 명으로 좁혀졌지만 10명 넘게 나섰다. 이인제‧김관용‧홍준표‧김진태‧원유철‧안상수‧김문수‧김진‧신용관‧조경태‧황교안 등이다. 제법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탄핵당한 대통령의 소속 당이다. 반성하고 자중해도 모자랄 판이다. 감히 차기 대통령에 나서겠다니. 언감생심이다. 양심에 털 났다. 무책임의 극치다. 뻔뻔하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왜 우리 정치를 4류라고 하는지 실감난다.

자유한국당 후보가 다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단 1%도 없다. 틀리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태극기 집회에 나가 마이크 잡으며 받은 환호에 취해 제 정신들이 아니다. 지기들이 결코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는 현실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면 왜? 소위 ‘태극기 민심’이라도 업고 계속 정치판에 남아 보겠다는 속내다. 박정희와 박근혜에 얹혀서 특권 누리는데 이골이 난 사람들답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책임을 통감하며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로 창당한 바른정당은 딱 두 명이 겨루고 있다. 박근혜가 ‘배신자’로 찍어 정치판에서 몰아내려한 유승민과 남경필이다. 개혁적 보수 정도로 분류된다. 대권을 잡을 수는 없지만 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목적이 읽어진다. 대통령 당선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는 있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온다. 그 날을 기다리며 맥을 이어가겠다는 사명감(?)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비교적 수준 높은 교과서 를 보는 것 같다.

판세는 이미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누가 후보가 되던 당선이 확정적이다. 그래도 국민의 당은 아직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다.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안철수와 손학규 싸움에 뜬금없이 박주선이 끼어들었다. 박주선의 명분은 호남 출신이 정치의 변방으로 밀리지 않겠다는 것임이 틀림없다. 사명감으로 볼 수도 있다. 진정한 속내는 지역 맹주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차기 광주 시장이나 총선을 노리는 계산도 있을 터다.

국민적 관심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쏠리고 있다. 경선 승리가 대통령 당선인 국면이기 때문이다. 목검(木劒)을 진검(眞劍)으로 바꿔 잡았다. 제법 싸움판다운 모습이다. 헌데 말싸움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말 못하는 문재인의 말을 안희정이 꼬투리를 잡는 모양새다. 문재인의 정치적 세력을 ‘친노’로 규정, 범죄시하는 분위기도 있다. 안희정도 사실은 ‘친노’다. 그것도 핵심 멤버다.

‘친노’ 패권은 이미 패권이 아니다. 패권은 내부 도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안희정의 강력한 도전은 패권의 균열이다. 문재인 대세론은 ‘친노’ 패권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착각하지 말라. 촛불혁명의 결과로 빚어진 것이다. 현재진행형인 촛불혁명의 결정을 누가 뒤집을 수 있겠는가. 뒤집어서도 안 된다. 촛불혁명은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촛불이 누구의 앞길을 밝혀줄 것인가. 현재는 문재인의 앞길이다.

호남 경선에서 문재인의 ‘대세’가 확인됐다. 안희정과 이재명의 과감하고 아름다운 도전도 인정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경쟁자 문재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민주당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에 부족한 ‘콘텐츠’를 채워줄 ‘꿈나무’로 인정받는 데 부족함이 없다. ‘부산 사람 문재인의 호남정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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