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황하(黃河)문명권에서는 용(龍)이란 동물이 전설적으로 자주 등장한다. 전국시대(戰國時代)가 끝나고 진시황(秦始皇)이 천하통일을 했을 때 유명한 세객(說客) 한비자(韓非子)가 있었다. 지금까지도 전해지는 《한비자》에 군주의 설득이 어렵다는 〈세난(說難)편〉에 역린(逆鱗)이라는 말이 나온다. 

용이란 동물은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모습으로 동물로서 최고의 화려함과 강력한 무기를 지닌 동물이다. 그런 완벽한 용에게도 턱밑에 거꾸로 난 비늘이 있는데 이것이 이른바 ‘역린(逆鱗)’이다. 용은 순한 동물로 잘 구슬려서 놀면 절 때 해치지 않고 사람을 태우고 하늘도 날수 있다. 그런데 목덜미에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는 순간 사람을 바로 해쳐 버린다. 

역린의 비유는 단순히 군주와 신하와의 소통만이 아니라 인간관계 모든 곳에 적용된다. 인간에게는 누구든지 약점(弱點)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완전무결(完全無缺)한 사람도 속을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약점이 반드시 있다. 

한비자가 말하는 역린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반드시 지켜야할 금기(禁忌)사항이다. 이는 단순히 권력자를 위한 처세술이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과 약점을 존중하며 조심스럽게 소통해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있다. 한비자는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강조하며 이를 피하기 위해 상대의 성정(性情)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지혜를 제시했다. 물론 군주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모두 같이 적용되는 일이다. 

우리가 생활하는데 친구, 가족, 동료와 소통하면서 상대의 콤플렉스(Complex)를 무심코 건드리는 일이 나도 모르게 가끔 발생한다. 단순한 농담조로 던지는 말속에 상대는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고, 의도치 않은 충고가 조언이 되지 못하고 상대의 자존심을 훼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다. 

즉 역린의 교훈은 인간관계 전반에 있어 신중함과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친다. 상대의 약점을 알든 모르든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태도는 갈등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신뢰를 쌓아 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역린은 권위자나 리더들에게도 중요한 성찰(省察)을 요구한다. 자기가 리더의 위치에 있더라도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 하기보다는 이를 인정하고 타인의 비판을 수용할 줄 아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스스로의 취약점을 돌아보며 열린 자세로 소통한다면 역린은 갈등의 씨앗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리더십의 성숙함을 보여주고 조직 내 신뢰도 강화되며 무엇보다도 허심탄회(虛心坦懷)한 긍정적 소통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결국 역린지화의 교훈은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된다. 상대가 조심스러워하는 부분과 민감(敏感)해하는 부분이 보이더라도 건드리지 않으려는 신중함과 배려하는 마음은 단순한 처세술을 넘어 진정한 신뢰관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약점과 감정을 존중하며 마음을 다해 진실한 소통을 해야 한다. 이렇게 배려하는 마음이 있을 때 개인 간의 갈등은 사라지고 사회와 공동체를 성장시키는데 토대가 되어 밝은 소통문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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