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2025년을 맞이하게 된다. 30년 전에 2025년이 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내다보는 미래학자들이나 연구기관들의 보고서가 있었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조지프 코오츠는 1994년에 ‘매우 유망한 미래상 -2025년의 83개 가설’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2025년을 예측한 보고서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의 세계인구는 84억 명(2024년 81.6억 명)이 되고, 선진국 주민들은 국적, 의료기록, 교육 및 고용기록, 재정상태 등이 모두 담긴 첨단 카드신분증을 소지하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식생활도 크게 달라져 선진국에서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크게 줄어들고 채식주의가 일반화된다고 했다. 농민들 역시 작물에 따라 지력(地力)보강을 위한 합성토양을 활용하고, 홍수·지진·산사태 등 자연재해는 사전에 예방해 피해를 상당부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정보통신은 혁명적으로 발전해 통신위성과 휴대용 전화, 전 세계가 광섬유로 연결돼 소통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장과 농업, 건축, 광업 등에서 로봇과 각종 자동화 기계가 보편화되고 어느 정도의 지능(?)을 갖춘 기계도 출현해 기계작동자의 신호를 따르게 된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만 있던 건 아니었다. 내전, 국경 및 민족분쟁 등으로 세계의 불안은 계속되어 1995년부터 2010년까지 고조되다가 그 이후부터 수그러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우발적이거나 정치·군사적인 대결로 핵사고가 일어나 핵물질 오염사태가 생기는데, 핵물질 오염도를 1에서 10까지로 나눌 때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때 3보다 더 높은 5이상의 오염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상당부분은 맞았으나 기상이변이 심해지면서 자연재해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파괴로 오염수가 유출돼 태평양권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분쟁 역시 3차 세계대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2개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과학은‘예측’앞질러가 … 정책은‘거북이 걸음’
한국에서도 지난 1971년에 한국 미래학회와 한국과학기술연구소가 ‘서기 2000년 한국에 관한 조사연구’라는 보고서를 내놓았었다. 목표 연도(2000년)로부터 24년이 지난 오늘날에 그 예측이 어느 정도 맞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미래를 대비한 일이라고 본다.

이 보고서는 “전자계산기(현재의 컴퓨터)가 통신망 확대로 1990년에 3,000대, 2000년에 10,000대가 가동될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1980년대에 PC(Personal Computer: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급격히 보급돼 1999년 말에 450만 대를 넘어섰다. 또 인터넷 등장을 어렴풋이 예측하긴 했으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거나 상거래를 하는 이용자가 2000년에 1,000만 명이 넘어설 것은 예측하지 못했다. 오늘날 손 안의 컴퓨터로 국민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었다.

바이오 분야에서 유전자 조작을 예견하긴 했으나 동물복제·인간복제 기술이 등장할 것은 거론되지 않았다. 과학과 정보통신분야는 예상보다 앞당겨져 발전했으나 그 밖의 분야는 그렇지 못했다. △2000년 전후에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 실시된다 △2000년 김포와 뉴욕간의 비행시간이 5시간으로 단축된다 △모든 산업에서 노동수요가 노동공급을 능가하게 된다 △매년 4주의 유급휴가가 일반화될 것이다는 등은 2000년까지 실현될 것이라고 했으나 2024년인 올해까지도 실현되지 못했다.

한반도의 ‘희망적인’ 예측들
더 멀리 본 미래예측 가운데 우리에게 희망적인 것도 적지 않았다. 미국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세계경제전망보고서’(2007년)에서 한국의 총 GDP는 현재(2007년) 8,140억 달러로 세계 11위이지만 2025년에는 세계 9대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50년엔 한국의 1인당 GDP가 8만1,000 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5년 순위는 얼추 맞았으나 2050년 예측은 지켜봐야겠다.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회장은 “남북경제 합작이 잘되면 세계 2위 국가가 된다”고 했다. 인구 8,000만 명의 단일시장(일본 1.3억 명)에, 북한지역 개발로 내수(內需)경기가 활성화된다. 막혔던 철도-도로-석유-가스가 연결돼 동북아 중심거점이 된다. 또 국방비가 줄어(당시 2.6%를 2.0%로) 인프라와 복지분야 투자가 늘어난다. 이와함께 중국 동북3성·몽골·러시아와 연결돼 4억 거대시장이 조성됨으로써 경제력이 크게 높아진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영국 경제연구소(CEBR)는 2017년 보고서에서 한국은 2032년까지 세계 경제 톱10에 진입해 8위가 될 것으로 보았다.

정치적 측면에서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2025년 세계적 추세’(2008년)라는 보고서에서 “한반도는 통일되거나 통일되지 않더라도 느슨한 형태의 연방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의 미래예측으로 국립외교원이 ‘2040 통일한국 비전 보고서’(2014년)에서 “2030년까지 평화적 남북통일을 달성한 후 2040~50년에 정치통합을 완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당한 측면이 있지만 광우병파동을 예측했던 미국의 예언자 존 티토는 2012년에 “일본은 2036년 3차 대전 이후 한국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부정적인 전망도 없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8년 한국에 대해 고령화와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성장의 한계에 봉착하고, 인구 감소로 인한 생산인구가 줄어들어 신산업발전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현 상태가 지속되면 2031년 경제성장률은 0%대로 떨어질 것으로 지적했다.

국제신뢰 네트워크가 ‘긍정적 미래’ 예측하는 요인
첫째, 국제정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다. 우리나라처럼 경제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는 국제사회의 정치·경제적 상황은 물론 자원이동과 기후의 흐름까지 철저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 이와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 지도자부터 중소기업까지 관련 네트워크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국가나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인정받는 주체들이 국제네트워크에 참여해야 한다. ‘불안정한 주체’는 네트워크에서도 신뢰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 희망적인 미래예측을 이끌어내려면 국제사회에서 우선 인정받아야 한다. 미래예측 조사기관들은 해당 국가의 각종 지수를 분석해 발표하지만, 긍정적인 환경일 때 미래예측도 희망적이 된다. 앞서 사례를 볼 때도 남북대화가 순조롭고, 중국과의 관계가 잘 돌아갈 때 우리나라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이 많았다. 우리 정부도 유연한 자세로 그런 긍정적인 환경을 준비하고 있는걸까?

“미래는 현재의 연장선상이 아니다”
셋째, 사고(思考)혁명이 필요하다. 미래는 미친 아이디어가 현실로 등장하는 시대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시 휴대품이었던 자동차 키·DVD 플레이어·디지털 카메라가 스마트키와 스마트폰 등장으로 사라졌다. 미국의 우주산업은 우주항공국(NASA)이 계속 독점할 줄 알았다. 그러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수십 개의 위성을 함께 쏘아올린 뒤 로켓을 회수해 재활용하고, 왕복 유인우주선을 상업화하고 있다. 군사적 무인화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 스틱을 조종해 2,700㎞ 떨어진 굴삭기로 흙을 퍼올리는 시대이다. 머지않아 AI가 감기를 진단하고 3D프린트로 조제한 약을 복용하게 된다. 과거 발전을 주도했던 관료주의 이념은 사라지고 ‘HOW’와 ‘자유방임형’ 업무가 미래사회의 이념이 된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은 “미래는 과거나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미래를 지금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는 것은 미래와의 단절을 뜻한다”고 했다. 미래에 맞는 사고로 무장하라는 뜻이다. 우리는 과연 그런 준비를 하고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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