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얼굴을 보고 상대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면 모든 갈등은 사라질까? 답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자신에 대해 좋지 못한 마음까지 있으므로 오히려 더 혼란이 가중될지도 모른다. 

《명심보감(明心寶鑑)》〈계선(繼善)편〉에 대면공화 심격천산(對面共話 心隔千山)이 나온다. “마주앉아 대화는 나누지만 마음 사이에는 천개의 산이 가로 막혀있다.”는 뜻이다. 상대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더라도 마음이 서로 통하지 않아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함을 말한다. 고전에 나오는 말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시사(示唆)하는 바가 큰 말이다. 

현대사회는 통신의 발달로 어디에 있든지 화상통화도 가능해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대다. 지리적 거리는 문제가 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마음의 거리는 예전이나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이념이 다르다면 더 멀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 까지도 가까이 있기는 해도 서로 마음은 알지 못하고 진정한 대화 대신 피상적인 메시지만 주고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격천산’은 이처럼 겉으로는 소통하지만 속으로는 거의 단절된 현대인의 모습을 말하는 것 같이 보인다. 

통신이 발달하고 편리한 세상은 살지만 왜 서로의 마음 사이에 천개의 산이 가로 놓여있을까. 몇 가지를 생각해 보면 편견(偏見)과 선입견(先入見)이다. 마음의 산은 대부분 상대를 잘 알지 못하면서도 미리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자신의 잣대로 평가해버리는 순간 장벽이 놓이게 된다. 또한 경청(敬聽)의 부족이다. 진정한 소통은 내가 말하는 것보다도 듣는데서 시작한다. 그러나 우선 내말부터 하려는데 급급해 상대의 말을 깊이 있게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상대를 무시하는 동시에 소외감을 느끼게 하며 마음의 산이 더 높아진다. 그리고 최첨단시대에 디지털기기는 연결은 촉진하지만 인간적 접촉은 더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대면 대화보다는 문자나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하려 하면서 미묘한 뉘앙스와 진심이 사라지고 오해가 쌓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심격천산을 넘기 위해서는 무슨 방법이 있을까. 우선 상대를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선입견을 버리고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면 마음의 산은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상대가 하려는 말을 진지하게 듣고 그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진정한 소통을 위한 첫걸음이다. 진지하게 듣기만 해도 상대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대사회에서는 디지털 소통보다는 얼굴을 마주보고 진솔한 대화가 중요하다. 대면 소통은 비언어적 표현까지 느끼므로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힘을 갖는다. 

심격천산 이라는 말이 만들어진지는 오래 되었으나 오늘날에도 깊이 새겨야할 가르침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 마음 사이에 산을 넘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경청하는 자세 그리고 진심이 담긴 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뿐만 아니라 서로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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