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역할놀이를 통해 마치 그와 같은 인물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는 효과와 비슷하다. 상류층이 되고자하는 신분상승의 욕망이 소비로 나타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특정 고급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그와 유사한 제품을 쓰고 사는 특정 집단, 이른바 상류층과 같아진다는 환상을 갖는 것을 ‘파노폴리 효과’라고 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트(Jean Baudrillard)가 1980년대에 명명했다. 그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사회이론가로 이름을 떨쳤다. 그는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나 제품군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을 특정 집단과 동일시하려는 욕망을 나타낸 것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파노폴리는 갑옷과 무기를 뜻하는 단어로 보드리야트는 이를 소비자라는 ‘사회적 갑옷’으로 확장해 해석했다. 이는 일부 소비자가 상품을 통해 자신을 꾸미고 보호하며 동시에 그들이 속하고 싶어 하는 계층이나 문화적 반열에 자신을 투사하려는 일종의 사치(奢侈)행위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급 승용차를 구매한 사람은 단순히 이동수단으로 구매한 것이 아니라 성공한 사람이나 사회적 위치가 높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소비를 통해 외부에 발산 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있다. 

이러한 소비는 단순하게 개인의 필요를 충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시그널을 보내는 행위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대체로 상징성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 보인다. 특정 상품은 단순한 물건 이상으로 소유자의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게 된다. 이 때문에 명품 브랜드의 로고는 상품의 핵심 요소로 간주되며 로고가 눈에 띄게 배치된 상품일수록 더 큰 인기를 치지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이 효과는 가끔 모방과 차별화라는 이중적 욕구를 수반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동경하거나 속하고 싶어 하는 계층의 소피패턴을 모방하면서 동시에 자기보다 낮은 계층과는 다르다는 것을 소비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이 효과는 소속감과 차별화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한다. 

셋째, 이 효과는 계층적 경계를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특정 계층만 구매할 수 있는 고가상품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구분선을 형성하며 소비행위 자체가 계급적 상징으로 자리 잡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소비 패턴은 개인 간은 물론 집단 간에도 격차를 심화시키는데 일조를 하게 된다. 

현대의 관점에서 파노폴리 효과는 디지털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더욱 극대화된다고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이나 틱톡 같은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자신이 가진 상품을 개시해 자랑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과시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다. 이는 단순히 가까운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관객에게 자신이 속한 계층이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행동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플랙스(Flex)라는 용어로 소비를 과시하는 문화가 유행한다. 한정판 신발을 구매하거나 명품 매장에서 쇼핑하는 모습을 찍어 올리는 행위는 일반적인 소비를 넘어 자신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파노폴리 효과는 소비가 사회적 신호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는 흥미롭게 보이지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과잉 소비와 사회적 비교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소비기준을 유지하려 노력하며 때로는 이를 위해 무리한 소비를 감행하기도 한다. 이는 개인의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심리적 스트레스로 이어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 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특정 계층만 접근할 수 있는 상품이 사회적 신분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계층 간의 간극은 더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소비격차는 단순한 경제적 차이를 넘어 문화적 사회적 단절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파노폴리 효과는 소비는 단순한 경제적 행위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고 싶은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파노폴리 효과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왜,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는 지를 성찰하고 더 나은 소비문화를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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