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등의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을 당한 대통령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어 역대 세 번째로 구속 수감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30일부터 31일까지 영장심사와 구속 여부를 기다리는 총 18시간36분이 지나간 뒤 결국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자택을 나선 시간은 전날 오전 10시 9분이다. 남색 재킷에 정장 바지를 입고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표정처럼 비장한 얼굴을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리 대기 중이던 차에 올라타 오전 10시20분께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원청사 건물을 한번 쳐다본 뒤 걸음을 천천히 뗐다. 취재진의 쇄도하는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계단을 통해 영장심사 장소인 321호 법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321호 법정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을 결정할 강부영 영장전담판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직접 얼굴을 맞댔다. 피의자 석에 앉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옆에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와 유영하 변호사, 채명성 변호사가 마주했다.

오전 10시30분께 시작된 영장심사는 오후 1시6분까지 진행된 뒤 휴정 시간을 가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기실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영장심사는 오후 2시에 재개됐고 오후 4시 20분 두 번째 휴정이 됐다. 보통은 영장심사에서 휴정이 없이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나 워낙 긴 시간 동안 영장심사가 진행돼 두 휴정을 가진 것이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13가지 혐의를 두고 법적 공방을 펼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게 받은 433억 원(실수령액 298억 원)의 뇌물수수 혐의가 상당의 뇌물수수 혐의를 쟁점이었다.

치열하게 싸운 영장심사는 결국 역대 최장 시간인 8시간41분의 신기록을 작성했다. 이전 최장 시간은 이재용 부회장의 7시간 30분이었다. 오후 7시 11분에 영장심사가 끝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정을 나와 바깥 공기를 마셨다.

힘든 기색이 역력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기하던 취재진의 질문에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다소 눈이 풀린 휑한 얼굴에 대기하던 차에 타 서울중앙지검 10층 임시 유치시설에서 법원의 결정을 기다렸다.

강부영 판사는 31일 새벽 3시 3분에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발부 이유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결정이 떨어진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적 충격이 상당한 듯 영장 발부 결정이 내려진 지 1시간 26분이 지난 새벽 4시 29분에야 유치시설에서 나왔다. 한참을 울은 듯 눈은 부어있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초점이 전혀 없는 눈 풀린 상태에서 정면만을 응시했다. 새벽 공기를 가르고 검찰청사에서 서울구치소까지 걸린 시간은 단 16분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새벽 4시45분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뒤 수의로 갈아입고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부인 육영수 여사와의 사이에서 난 장녀로 1952년 대구 생이다. 이복언니인 박재옥과 여동생 박근령, 남동생 박지만을 두고 있다. 서울장충초와 성심여중, 성심여고,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가 육영수 여사의 피격에 급히 귀국, 공석이 된 퍼스트레이디를 대행했다. 이후 육영수 여사가 자신에게 빙의돼 딸을 도와주겠다는 최태민과 연을 맺으며 현재의 파국의 단초가 됐다. 최태민의 5녀인 최순실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총탄에 숨을 거두면서 청와대에 나오게 됐고 이 과정에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6억 원을 줘 논란이 됐다. 2012년 대선 토론회에서 이 부분을 해명하는 과정에 증여세 납부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음을 드러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1980년 영남대 이사장과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을, 1982년에는 육영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1981년 장로회신학대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에 한 학기 재직하기도 했다.

청와대에서 나온 뒤 정치에 입문하기 까지 소위 '은둔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태민의 의붓아들인 조순제의 증언에 따르면 업무에 관해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다고 한다. 영남대 이사장 취임 후 7년 동안 거의 출근하지 않았고 업무의 대부분은 조순제 등 측근에게 떠맡겼다고 한다. 업무 외의 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어떻게 지냈는지는 언론에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다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지지 선언을 하면서 한나라당에 입당해 정계에 발을 담근다. 1998년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5선 의원으로 13년 7개월 동안 국회 활동을 했다. 국회의원 활동 기간인 13년 7개월 동안 법안 발의는 15건에 불과했다. 15대는 0건, 16대 1건, 17대 4건, 18대 10건, 19대 0건이다. 본회의 발언 횟수는 707회 중 7회에 불과하고 상임위 출석률은 48.6%에 불과해 기록만을 놓고 볼 때 현저하게 불성실한 의정 활동이다.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경선에서 무려 84%의 득표율로 대선 후보가 됐다. 본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맞서게 됐고 선거캠프의 첫 슬로건은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였다가 "준비된 여성 대통령"으로 변경했다. 2012년 12월 19일 실시된 대선에서 51%의 과반 득표로 18대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대선 과정에서 여론조작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 곤욕을 치르는 등 임기 시작부터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고 결국 비선실세 최순실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헌정 사상 첫 파면되는 대통령이 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만한 인물이 절대 못 된다며 대통령 꿈을 접으라고 종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계 안팎에서는 결국 영어의 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로를 두고 유권자들 다수가 과거의 행적을 꼼꼼히 살피지 못한 것,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향수에 기대 결국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비극이 예고됐다는 촌평을 내놓았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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