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5일 밤 10시 30분. 동유럽에 있는 리아코민주공화국(이하 ‘서리아코’) 유스프리 대통령이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 이유로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려는 파렴치한 종동(從東)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전체적인 담화 내용으로 보아서 그가 지칭한 ‘반국가세력’은 국회 다수당인 야당이었다. 포고령 1호도 동시에 발표했다. 포고령에서 1항은 국회와 지방의회 등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것이었다. 헌법은 국회활동을 방해하는 건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과거 군사정부가 막을 내린 뒤 이를 ‘내란행위’로 판결한 적이 있었다.

느닷없는 ‘비상계엄’
서리아코는 1989년 구소련이 해체될 때 독립했다. 그러나 독립되면서 동쪽의 리아코사회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분리돼 분단국가가 되었다. 서리아코는 한때 쿠데타로 군사독재정권이 들어서기도 했으나 2000년 시민혁명으로 민주화에 성공했다. 이후 우리나라보다 3배 넓은 면적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농산물과 광물자원, 중화학공업의 발전으로 우리처럼 30-50클럽(1인당 소득 30,000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에는 들지 못했으나 인구 3,800만 명에 소득 27,000달러로 탄탄한 성장세를 기록해 가고 있다. 하여 국제사회는 동아시아에서 성공한 한국처럼 ‘동유럽의 한국’이라면서 두 나라를 ‘쌍둥이 국가’라고 불러왔다.

이렇게 잘 나가던 국가에서 대통령이 왜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까. 그것은 유스프리 대통령이 고집만 앞세워 여소야대 국회와 첨예하게 대립해왔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다 대통령의 부인이 각종 선거에 개입했다는 불리한 판결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마지막 카드로 계엄령을 내렸다는 게 그 나라의 언론들의 분석이었다.

계엄군, 체포령 거부
쿠데타를 경험했던 서리아코였기에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즉각 국회로 몰려갔다. 시민들은 계엄군보다 빨리 국회 안팎을 둘러쌌다. 그 외곽으로 경찰이 출입을 차단했다. 뒤늦게 출동한 수천 명의 계엄군 가운데 300여 명이 창문을 깨고 국회 안으로 진입했으나 체포 대상자들이 평범한 시민들이란 걸 알고 명령을 거부했다. 사령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들먹이며 “문을 부수고 본회의장에 들어가 4명이 팔다리를 붙잡고 한 명씩 끌어내라”고 무전을 날렸다. 당연히 국회의원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현장 지휘관은 “적대세력이 아니라며 장병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오히려 하소연했다. 그러는 사이 담장을 넘어 들어온 여야 국회의원들이 재빠르게 의결해 단 3시간 만에 ‘비상계엄’은 해제됐다.

위기 몰리자 계엄령 발동
유스프리는 원래 검사장을 거쳐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있었다. 2년 전 진보성향의 다수당인 전진민주당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해 유권자 지지율이 떨어지자 보수성향의 리아코국민당이 그를 영입해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그러나 유스프리는 거대야당이 된 전진민주당의 대표가 선거법위반·직권남용·위증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하며 대화를 거부했다. 정치권에 대화가 막히자 야당은 유스프리가 요청한 장관 4분의 1을 인준하지 않았는데도 그는 이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야당이 부결하면, 반대로 유스프리는 야당이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서 거부권(재의요구)을 행사했다. ‘타협’은 사라지고 ‘대결’만 짙어졌다. 정국을 풀어나가기 위해 여당의 중진들이 “여야영수회담을 해야 한다”고 권유했으나 단호히 거부했다. 오히려 화를 내는 바람에 그를 설득할 측근들이 모두 사라졌다. 이러다 보니 4년 임기 중반을 지나면서 ‘탄핵’요구가 터져 나왔고, 끝내는 계엄령 선포에까지 이르게 됐다.
일이 터지자 서리아코 모든 언론이 유스프리의 불법적인 계엄령을 규탄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시민의 참여로 계엄령이 신속히 해제되자 ‘시민정신의 승리’라고 대서특필했다.

“미치광이 법꾸라지” 비난
한국의 신문과 방송, 유튜브까지 모든 매체들은 ‘44년 전의 악몽이 21세기에 되풀이 됐다’며 유스프리를 “미치광이 법꾸라지”로 혹평했다. 미 국무부는 “서리아코 국민들의 민주적 행동에 경의를 보낸다”면서 “미합중국은 아무리 선출된 권력자라고 할지라도 법률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유스프리 지지자들이 구속된 대통령의 복귀를 요구하며 극단적인 시위에 나서자 친정부 언론은 “계엄령은 나쁘지만 야당이 의석수만 믿고 전횡을 저질러서 일어난 일”이라며 ‘양비론’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그 밖의 언론들은 “야당을 ‘적’으로 간주한 ‘불통’ 대통령이 문제였다”며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하고 특혜라도 얻으려고 비위 맞추기에 몰두했던 여당도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분석가는 트럼프와 미국 의사당 점거 역사를 들먹이며 “여당인 리아코공화당이 극우파의 과격한 시위로 정정(政情)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든 뒤 ‘극우파가 미는 대통령 후보를 당선시키지 않으면 불안한 정치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은연중에 협박하는 정치적 책략”이라고 분석했다. 한 방송은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년4회 영수회담 정례화 △대통령 소속 감사원의 국회 이전 △국민참여형 헌법 개정 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부 신설·경제징벌로 정치개혁
한국의 정치적 환경은 진즉 크게 개선되었다. 군사정권 기간에는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우물쭈물했으나 민주화되면서 내란 관련 전직 대통령들이 모두 단죄되고, 헌법도 개정됐다. 또 대통령 권한이 축소돼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합의정치’가 불가피해졌다.
서리아코 신문이 도입하자고 한 민주화 관련 법률 말고도 특별한 제도도 도입됐다. 우선 국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계엄령 같은 불법행위, ‘시행령’ ‘행정명령’같은 편법행정으로 국민이 경제적 피해를 입으면 대통령이 그 피해액을 물어내야 하는 ‘대통령 책임법’이 발효됐다. 탄핵과 파면이라는 정치적·형사적 처벌만으론 부족하다며 경제적 징벌까지 부과해 헛된 짓을 아예 못 하게 한 것이다.

또 하나는 직접민주제 형식을 도입해 국민의 정치참여를 높인 것이다. 유권자 모두가 정보통신기기를 가지게 됨에 따라 중요한 정책이나 법률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면 별도 조직된 국민부의 전자신문고에 올려 1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국민 500만 명을 대상으로 공식적인 여론을 조사하는 ‘국민신문고제’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50% 이상의 찬성이 나오면 정책을 수정하거나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민주화 이후 여야가 몇 차례 정권교체를 되풀이하면서 국회의원 특권을 늘여나거나 정치권의 이해관계만 따져 입법하는 일이 발생해 국민을 무시하게 되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여야가 함부로 법을 만들었다가 국민신문고에 의해 수정이 되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되므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혁신 않으면‘30% 정당’… 판판이 깨지게 돼
유스프리는 재판에 넘겨졌으나 자신의 과오를 끝내 반성하지 않고 “실패한 계엄은 내란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를 해보면 30%가 그를 지지하고 있다. 그가 소속된 리아코공화당은 그를 제명했다간 다음에 있을 대선, 지방선거, 총선에서 줄줄이 패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다. 그러자 한국의 진보적 언론은 ‘리아코공화당이 유스프리와 인연을 끊지 못한다면 영원히 ‘30% 정당’으로 남아 선거에서 판판이 깨질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보수성향 한 신문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어록을 빌어 “국민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며 개혁을 권유했다. 결말이 어떻게 될까?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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