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불필요한 일, 도움이 되지 않는 군더더기 같은 일을 하는데 많이 쓰는, 우리에게 사족(蛇足)으로 알려진 고사다. 중국에 전국시대(戰國時代)는 혼란과 경쟁의 시대였다. 

각 나라가 천하통일을 꿈꾸며 서로 각축전(角逐戰)을 벌이며 수많은 인재들은 출세와 생존을 위해 권력자를 찾아 떠돌아다니던 매우 혼란한 시기였다. 이 시대에 초(楚)나라 소양왕 때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화사첨족(畵蛇添足) 즉, 뱀을 그려놓고 여유가 있어 발을 덧붙인다는 고사다. 

당시 초나라에서는 제사를 지내고나면 가까운 친구들을 불러 술을 대접하는 일이 있었다. 술을 마시다보니 술이 모자랐다. 초대된 친구들은 어느 정도 술기운이 돌자 장난기가 발동했고 마지막 남은 술 한 잔을 놓고 재미있는 내기를 제안했다. 내기를 하여 이긴 자가 마시자고 하자 모두 동의했다. 내기는 땅에 뱀을 그리는데 가장 먼저 그린 사람이 술을 마시기로 했다. 여러 사람이 땅에 뱀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친구가 아주 능숙한 솜씨로 뱀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손이 어지나 빠르던지 오른손으로 뱀을 그리면서 왼손으로는 술잔을 끌어당기며 마무리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반도 그리지 못했다. 

그는 술잔을 들고 여유를 부리며 “발을 그려 넣어도 내가 제일 빠르겠군”하며 이미 그린 뱀에 발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유를 부리며 발을 그리고 있을 때 한 친구가 “이제 다 그렸다”고 하면서 왼손의 술잔을 낚아채가며 말했다. “자네는 뱀에게는 없는 발을 그리고 있나. 뱀은 발이 없어 뱀이라고 한다내 이 술은 내차지일세”하고 마셔버렸다. 

전국시대는 실력과 지혜가 곧 생존의 조건이던 때였다. 왕과 귀족들 즉 권력자들은 인간을 도구처럼 쓰고 버리는 데 거리낌이 없었고 지식인들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자기의 재능을 증명해야 했다. 그만큼 재빠르고 명확하게 핵심을 찌르는 능력이 중요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그 핵심을 넘어서 불필요한 것들을 덧붙이려다 일을 그르치곤 했다. 화사첨족이 그런 시대의 인간상을 풍자하고 경계하는 이야기다. 

시대는 다르지만 오늘날 우리 시대에도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경쟁은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누가 더 잘 꾸미고 더 화려하게 포장하는가에 따라 기회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더 잘하려는 욕심으로 인해 본질이 매도되기도 한다. 정성들여 발표 자료를 만들어 밋밋하다고 불필요한 그래프를 넣어 말에 꼬리를 더해 진심이 왜곡되며, 행정이나 제도에 지나친 규칙이 붙어 오히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때가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을 위한다고 교과서 외에 온갖 과제를 주고 성적 향상을 위함 이라며 새 학습법을 도입 하지만 오히려 학생들은 생각할 시간과 자기의 주체성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본래는 국민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인기, 이념, 이미지정치가 덧붙으면서 그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있다. 

화사첨족은 ‘하지 말아야 할 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충분함’을 아는 태도를 가르친다. 반드시 더해야만 좋은 것이 아니라 때로는 하지 않음이 더 큰 효과를 나타낸다. 본질을 지키는 것, 있는 그대로의 충분함을 아는 것, 그것이 진정한 지혜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무언가를 자꾸만 더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본래의 모습과 멀어지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때 초나라는 강대국이었지만 결국 전국시대 파고(波高) 속에 무너지고 만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본질을 지키지 못한 정치와 판단의 오류가 누적된 결과였다. 오늘의 시대에도 같은 길을 가지 않으려면 과한 것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 보다는 필요한 것을 간명하게 지켜내는 태도가 필요하다. 

뱀은 발이 없다. 발이 없어서 뱀이다. 시간이 여유 있다고 필요 없는 것을 덧붙이려다 핵심을 놓치지 않도록, 오늘도 뱀에 발을 그리지 않는 삶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배워야할 고전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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