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저 멀리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믿으며 살아간다. 현재의 삶은 불만스럽고 미래 어딘가에 나를 구원해줄 ‘진짜 삶’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는다. 그러나 그 ‘진짜 삶’은 현실적으로 오지 않는다. 이처럼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의 막연한 행복만을 좆으며 현재의 삶에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파랑새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벨기에 극작가이자 시인 모리스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의 동화극 《파랑새》의 주인공에서 유래한다. 가난한 시골 나무꾼의 자녀들인 틸틸과 미틸 남매는 꿈속에서 아픈 딸을 위해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달라는 요술쟁이 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길을 떠난다. 남매는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달밤의 묘지 등 신비한 곳들을 돌아 다녔지만 결국 파랑새를 찾지 못한다. 기나긴 꿈속 여행을 끝내고 잠에서 깨어난 남매는 파랑새가 자신들의 새장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파랑새 즉,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동화극이다. 이는 인간들이 행복을 먼 곳에서 찾으려고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일상 속에 숨어있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한다. 

오늘날 우리는 더 많은 정보, 더 넓은 세계, 더 다양한 선택지를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 그만큼 불안도 커지고 있다. 현재의 직장이나 사업체 인간관계 환경에 만족하지 못한 채 언젠가 더 낳은 무언가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만 붙잡고 살아간다. 직장인은 이직을 반복하며 진짜 적성을 찾으려하고 학생은 전공을 바꾸며 진짜 나를 발견하려한다. SNS는 타인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보여주는데 우리는 그 모습과 비교하면서 ‘내 삶은 아직 멀었어!’ 하며 고개를 떨군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 맹점(盲點)이 있다. 행복은 준비 없이 주어지지 않으며 실체 없는 미래는 결코 현실을 대체할 수 없다. 현재 이 자리에서의 고민과 선택 실패와 극복을 거치지 않고는 어떤 미래도 의미를 찾기 어렵다. 파랑새 증후군에 빠진 이들은 현재를 하나의 과도기로만 간주하며 현재의 시간과 관계 감정에 정성을 쏟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는 언제나 지금의 연속일 뿐이다. 지금을 등한시한 사람에게 내일을 결코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증후군은 특히 청년세대에서 두드러지지만 중장년층에게도 자유롭지 못하다. 은퇴 후에 삶만을 기다리며 현재의 업무에 영혼을 다하지 않거나 자식들이 잘되면 행복해 질 거란 막연한 기대만을 품는 모습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해법은 무엇인가? 어쩌면 너무 단순해서 실천이 어려운 진실 ‘지금 이 순간 내가 있는 자리에서 진심을 다하는 것’이다. 작게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맡은 일에 대한 책임,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거기서 오는 작고 조용한 성취감이 쌓일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단단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우리는 ‘충분함’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무한 경쟁과 과잉 소비의 시대 속에서 지금 이대로가 부족하다는 감정은 끊임없이 자극된다. 그러나 인간의 내면은 외부의 조건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파랑새를 찾으려면 멀리 나서기 보다는 내 마음의 창을 열어 내가 가진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파랑새는 결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외면했을 뿐이다. 책속의 한 문장, 소중한 사람의 미소, 작은 성취, 나만의 조용한 시간 속에서 파랑새는 깃들어 있다. 이제는 멀리서만 행복을 찾는 삶을 멈추고 지금 이곳에서 나만의 파랑새를 발견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행복이 언제나 곁에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는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파랑새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모색해보면 오늘 내가 누리고 있는 것 들을 감사일기 형태로 매일 써보자. SNS같은것들은 남의 삶을 볼뿐 진짜는 아니다. 타인의 겉모습에 동화되지 말자. 작은 성취도 기록하고 스스로 격려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이러한 작은 습관들을 통해 나의 시선을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로 돌려보자. 

톨스토이는 말했다. “행복은 무엇을 갖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느끼는데 있다.”고 했다.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깃든 삶의 감각이다. 바쁘게 지나쳐온 오늘 하루 속에 이미 그 새는 우리 어깨에 앉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멈추고, 바라보고, 느껴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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