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세상에는 다투고 나면 부끄러워지는 싸움이 종종 있다.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보면 왜 그토록 예민(銳敏)해 했는지, 무엇을 얻으려고 그렇게 집착(執着) 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 일들이 있다. 고대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장주(莊周)가 쓴 《장자(莊子)》에 그런 싸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흥미로운 우화(寓話)가 있다. 그것이 “와각지쟁” 즉 ‘달팽이 뿔 위에서 벌어진 싸움’이다. 

장자의 가르침에 따르면 달팽이의 오른쪽 뿔에 붙은 촉씨(觸氏)와 왼쪽 뿔의 예씨(蛾氏)가 싸움을 벌인다. 이 싸움은 거창한 이름이 붙고, 국경이 생기고, 병사들이 동원되며, 수많은 목숨이 희생된다. 그런데 싸움터는 고작 달팽이의 뿔 위다. 이를 바라보는 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무익한 다툼에 집착하는 인간 세상의 어리석음을 보라.”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크고 작은 조직에서, 공동체에서, 심지어 가정이나 친구사이에서나, 특히 정치이념으로도 달팽이 뿔 위에 싸움은 반복된다. 누구 말이 옳았는가.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 작은 이익과 자존심을 걸고 치열하게 대립했지만 결국 남는 건 감정의 상처뿐이다. 그 다툼이 조직을 성장 시켰는가? 공동체를 조금이라도 단단하게 했는가? 오히려 관계를 소모시키고, 신뢰를 잃게 하고, 소원해지지 안 했는지 돌아보자.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분명한 입장을 세워야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조차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진정한 정의를 위함 인지. 목적은 정당하더라도 방법이 다투고 상처 주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진짜 강한 사람은 필요 없는 싸움을 피할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중 하나는 이 문제에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분노할 만 한가? 따질 만 한가? 아니면 한걸음 뒤로 물러나 웃고 넘길 일인가? 장자는  와각지쟁을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지금 싸우는 그 자리, 어쩌면 달팽이 뿔 위가 아닙니까?”

특히 요즘 같은 SNS시대에는 ‘좋아요’ 하나 댓글 한 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소한 말실수에 공개적으로 싸움이 벌어진다.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 것이 정의라고 착각하지만 정작 본질은 흐려지고, 정작 다툼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자가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세상의 많은 싸움이 사실은 무의미하며 진정 중요한 것은 다툼 너머에 있는 본질을 보는 안목이다. 우리가 진심으로 지켜야할 가치, 함께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인가. 달팽이의 뿔을 벋어날 때 비로소 그것이 보인다. 

와각지쟁은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싸우고 있는 그 일이 살아가는데 그렇게 중요한가. 그 싸움에서 지면 삶이 무너지고 자존감이 추락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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