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세상 속에서 마치 풀 수 없는 매듭처럼 복잡하게 얽힌 문제 앞에 직면할 때가 있다. 정답도 없고 방법도 보이지 않으며 몇 번의 시도도 수포로 돌아가고 남은 것은 허탈감뿐일 때가 허다하다. 그런 문제들 앞에서 우리는 더 많은 시간과 심사숙고하며 더 복잡한 도구를 이용하며 접근하려고 한다. 그러나 때로는 전혀 다른 방식이, 단 한 번의 발상의 전환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고대 전설 속 ‘고르디아스의 매듭’은 바로 그런 지혜를 상징하는 이야기다. 

고르디아스는 평범한 농부였으나 신탁에 따라 왕이 되었고 그는 감사를 담아 자신의 수레와 그 수레를 단단히 묶은 복잡한 매듭을 제단에 바쳤다.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리라는 예언이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매듭은 너무도 치밀하고 정교했기에 누구도 풀 수 없었고 결국 그 실마리는 기적처럼 알렉산드로 대왕에 의해 찾아진다. 그는 잠시 매듭을 살핀 후 칼을 뽑아 단번에 잘라버렸고 사람들은 그가 전설을 완수했다고 여겼다. 

이 장면은 단지 힘의 논리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매듭을 풀어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자를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는 잘라버릴 수도 있다는 전혀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 순간 모든 고민이 사라졌다. 우리는 이를 가리켜 쾌도난마(快刀亂麻)라고 한다. 어지럽게 얽힌 삼 가닥을 시원하게 잘랐다는 말이다. 복잡한 문제를 복잡하게 해결하기보다 본질을 꿰뚫는 과감한 판단으로 통쾌하게 해결하는 지혜를 뜻한다. 

인간은 삶속에서 수많은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만난다. 예산은 늘 부족하고 조직은 비효율로 가득하며 인간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기존의 틀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애쓰고 어떤 사람들은 아예 포기해버린다. 하지만 진짜 해결은 가끔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부터 온다. 고정관념(固定觀念)을 깨부수고 기존의 틀 안에서 벋어날 때 그동안 보이지 않던 해결 방식이 떠올라 새로운 길이 열린다. 

예컨대, 교육 현장에 문제아가 불리는 한 학생이 있었다. 모든 교사는 그 아이를 보통아이들과 같이 지도하려고 애를 썼으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젊은 교사가 나타나 접근법을 바꿔 학생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먼저 칭찬하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해주자 학생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매듭은 칼로 푸는 것이 아닌 ‘다르게 보는 눈’으로도 풀릴 수 있다. 핵심은 시각의 전환이다. 

발상의 전환은 기발함이나 똑똑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며 본질에 대한 통찰에서 나온다. 오랫동안 똑 같은 문제에 집착하다 보면 문제 자체가 하나의 벽이 되고 해결책은 점점 더 멀어지듯 보인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더 문제를 어떻게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지를 숙고해야 한다. 때로는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거나 질문자체를 바꾸는 용기가 필요하다.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단칼에 자른 알렉산드로스는 힘 만으로가 아니라 기존의 규칙을 뒤집는 사고방식으로 전설을 실현했다. 

오늘날의 리더, 창업자, 교육자, 연구자 등 모든 창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 그리고 그것은 특별하고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열린 마음과 유연한 사고를 가진 보통 사람들에게도 가능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도 수많은 매듭에 묶여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계층간에 갈등, 세대 간의 불통, 경제적 양극화, 정책의 난맥상, 이런 매듭들을 풀기 위해서는 더 많은 규제나 더 정교한 매뉴얼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르디아스의 매듭 앞에선 알렉산드로처럼 혹은 쾌도난마의 단호함을 지닌 사람처럼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다. 그 안에 진짜 변화가 있다.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어려울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의 정답은 하나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이, 그리고 쾌도난마의 고사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장 큰 가르침이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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