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한줌의 흙이 모여 산이 되고, 물 한 방울이 모여 연못을 이룬다는 말이 있다. 전국시대 말기 순자(荀子)가 『권학(勸學)편』에서 강조한 대표적인 구절인 ‘적토성산(積土成山), 적수성연(積水成淵)’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보통 속담이나 명언 같아 보이지만 인간의 배움과 성숙의 길을 꿰뚫는 통찰을 담고 있는 말이다. 

순자는 이렇게 말한다. “흙을 쌓지 않으면 산이 되지 않고, 물을 모으지 않으면 연못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선행을 행하지 않으면 명성이 나지 앓고 학문을 하지 않으면 지혜를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이 얼마나 묵직하고 진실이 담긴 가르침 인가. 

지금 우리는 인내(忍耐)를 잊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 폰 하나로 모든 것이 즉시 연결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하루하루 묵묵히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일, 매일같이 한 문장씩 글을 써 내려가는 일에 대해 초조함을 느끼고 쉽게 포기하곤 한다. 그러나 역설적(逆說的)으로 이 빠른 시대에 가장 강한 힘은 ‘느리지만 끈질기게 반복하는 힘이다.’그것이 순자가 말한 ‘적토성산(積土成山)’의 힘이다.  

면학(勉學)은 학문에 힘을 기울인다는 말인데, 단순히 성적을 올리거나 지식을 채운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것은 인격의 축조이며 삶의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다. 하루의 작은 노력, 자칫 미미하게 느껴지는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결국에는 크고 든든한 산을 이룬다. 흙 한줌은 하찮지만 꾸준한 쌓임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위대한 형상을 만들어 낸다. 

순자는  인간은 본래 악하다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했다. 그러나 인간이 배움을 통해 성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것은 그가 인간의 가능성과 노력의 가치를 얼마나 높이 평가 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타고난 천성보다는 스스로 쌓아올린 습관과 실천이 사람을 완성 시킨다는 그의 주장은 2000여년이 지났어도 지금도 유효하다. 

학생은 물론이고 직장인이나 무슨 일을 하더라도 모두에게 필요한건 이 ‘흙 한줌’의 자세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을지언정 작은 일상 속에서 책을 읽고 사색하고 자신을 단련하는 태도가 삶의 방향을 정립한다. 사람들은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나는 늦었다고 말하지만 산은 언제나 흙 한줌에서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 작게 시작하는 자만이 결국 큰 걸음을 걷게 되는 법이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점점 빠름에 익숙해져 간다. 하지만 순자는 느리되 멈추지 않는 자의 위대함을 역설(力說)한다. “천리를 가는 자도 한걸음부터 시작하고, 높은 산을 오르는 자도 낮은 곳 에서부터 시작한다.(千里之行 始於足下) (登高必自卑)”고 했다. 우리는 순자의 적토성산의 정신은 다시 배워야 한다. 이것은 ‘자기 인생을 세우는 법을 가르쳐주는 철학’이다. 작지만 흙 한줌을 매일 쌓는 사람 물 한 방울을 꾸준히 모으는 사람만이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산과 연못은 만들어 내는 것을 체험할 것이다. 

지금 당신의 손에 들린 책 한권, 오늘 쓰는 그 한 문장의 글, 그리고 당신이 마주 앉은 오늘의 책상 그 모든 것이 흙을 쌓아가는 적토(積土)의 시작이다. 포기할 줄 모르는 꾸준함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이며 자신을 세우는 길이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