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귀에 익숙한 이야기지만 그 첫인상이 사실은 겉으로 드러난 외모를 보는 것을 말한다. 

2000년대 초에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한〈뉴욕타임즈〉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William Safire)가 자신의 칼럼〈언어에 대하여〉에서 루키즘(Lookism)을 처음으로 언급했는데 이후 신조어로 급부상해 많이 쓰이고 있다. 

이는 외모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거나 판단하는 사회 현상을 가리킨다. 잘생겼으면 뭔가 믿음직스럽고, 예쁘면 호감이 간다는 편견은 결국 기회와 대우의 차이로 이어지며 사람의 본질을 흐려지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외모가 실력처럼 여겨지는 사회를 살고 있다. 면접장에서도 단정한 복장보다도 인상 좋은 얼굴이 기억에 남고, 방송에서는 외모가 말보다 신뢰를 앞서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관리를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능력을 의심받기도 한다. 

이때 묻고 싶다. “과연 우리 사회는 사람의 무엇을 보는가?” 공자(孔子)는《논어(論語)》에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은 ‘군자는 그릇처럼 틀에 갇히지 않는다’는 말이다. 외모라는 형상(形狀)은 그릇의 모양에 불과하고 그 안에 담긴 정신, 인격, 태도가 더 중요한 본질(本質)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그릇의 크기와 내용물보다는 빛깔과 모양에만 집착한 듯 보인다. 
루키즘은 아직 판단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예쁘면 인기 있고 그렇지 못하면 놀림을 받기도 한다. 성인이 되어서는 자기 소개서 보다도 화장을 먼저 준비하고, 경력보다는 외모 이미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자연스러움은 노력부족으로 오해받고, 평범함은 자기관리 실패로 낙인찍어 버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 기준이 공정하지 못하다는데 있다. 외모는 대부분 후천적 노력보다 타고남과 환경이 크게 작용한다. 결국 루키즘은 노력으로 넘기 어려운 벽을 사람들이 만든 셈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젊고 날씬한 이미지를 요구하면서도 나이가 들면 관리를 못했다고 쉽게 평가한다. 그러나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그 외면에 있지 않다.

《성경(聖經)》사무엘상 16장 7절에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이 한 구절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정작 우리는 ‘내면의 깊이보다는 중심을 보는 눈’을 가졌는가?

실제로 외모가 준수한 지원자가 채용될 확률이 더 높다는 통계는 여러 곳에서 보인다. 이처럼 겉모습은 삶의 기회를 좌우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외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격은 축적된다. 외모는 타인의 시선으로 존재하지만 인격은 자신의 빛으로 발현(發現)된다. 

《논어》에서 공자(孔子)는 아침에 도를 깨우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朝聞道 夕死可矣)라고 했다. 여기서 ‘도(道)’는 진리(眞理) 즉 사람됨의 본질을 말한다. 도는 얼굴에 있지 않고 정직함과 성실함에 있으며 타인을 배려하는 온화한 마음속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세계를 이끌어갈 선도(先導)국이 되려면 그릇 안에 있는 내용물을 중시해야 한다. 외모가 아닌 성품을, 얼굴이 아닌 태도를, 꾸민 모습이 아닌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내면을 보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교육은 커나가는 세대들에게 “너는 너라서 소중하다.”는 메시지로 용기를 불어 넣어야 한다. 기업은 능력과 성실성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미디어는 진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마주하는 상대에게 겉이 아닌 속을 보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루키즘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겉만 보고 평가하는 신중하지 못한 일종의 병폐며, 외모로 사람을 줄 세우는 잘못된 고쳐야할 관행이다. 사람은 누구나 존귀하고 틀에 갇혀있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사회 그것이 진정 ‘사람을 사람답게 보는 사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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