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노자(老子)는《도덕경(道德經)》에서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말했다. 그 철학의 근본은 스승이었던 상용(尙容)에게서 나왔다. 스승님이 연세도 많고 몸이 아파 누워계신다는 말을 듣고, 병문안 겸 스승을 찾아뵙기로 마음먹고 어느 날 찾아갔다. 

“선생님 이제는 일어나기가 힘드실 것 같은데, 저에게 마지막으로 가르침을 주신다면 무슨 말씀이 있겠습니까?” 스승님이 잠시 앉고 싶다고 하자 부축해서 일어나 앉아다. 그리고는 “내 입안을 보아라!” 하시며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내입 안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느냐?” 노자는 망설이다가 “혀는 살아있고 이는 몇 개만 보입니다.” “왜 그런 줄 아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아픈 몸으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이(齒)는 강해서 부러지고, 혀(舌)는 부드럽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손상되지 않고 남아 있단다.” 이 짧은 비유가 노자에게 마음 깊이 새겨졌고, 훗날 노자 철학의 줄기가 되었다. 

세상은 보통 강한 자를 존경한다. 큰 목소리, 단호한 결정, 굳센 주장, 그러나 그런 강함은 종종 외로움과 파열음을 부를 때가 있다. 반면에 부드러운 자는 겸손(謙遜)하고 온화(溫和)하며 조화(調和)롭다. 때로는 물러선 듯 보이지만 끝내 중심을 지키고 살아남는다. 그래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한다. 이것은 단순한 성격차가 아니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의 방식이다. 

조직에서 강한 리더는 한때의 돌파구는 될 수 있을 지라도, 부드러운 리더가 결국 조직을 오래 이끈다. 가정은 물론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집보다는 경청(敬聽), 독선 보다는 공감(共感)이 관계를 지탱한다. ‘유능제강’은 말 그대로 부드러움이 강함을 능히 제압한다는 말인데, 단순하게 이긴다는 표현보다는 조화롭게 다스린다는 말이 더 가까워 보인다. 

실제로 현대사회의 리더들을 보면 위기(危機)를 넘긴 수많은 지도자들 중 상당수는 유연(柔軟)한 태도와 경청의 자세로 주위를 모았다. 우선 코로나 시기 때만 보더라도 단호한 통제보다 국민과의 소통에 집중한 지도자가 더 신뢰를 받았다. 강한 외침이 아니라, 따뜻한 설득력과 조율이 해법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물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지만 바위가 있으면 돌아서 길을 만들어 아래로 흐른다. 그 비결(秘訣)은 강(强)함이 아니라 유연(柔軟)함과 굽힐 줄 아는 지혜에 있다. 상용의 말처럼 부드러운 혀는 끝 까지 살아남는다. 이것은 무른 것이 아니라 꺾이지 않는 단단함이다. 

노자는 스승의 비유 속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강함은 잠시 지배하지만, 부드러움은 끝까지 살아남는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강한 척하지 말고 진정으로 강해지자. 조용히 흔들림 없이 흐르는 물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꺾이지 않는 존재가 되자. 유능제강,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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