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태어나면서부터 함께하는 가장 가까운 존재다. 그러나 때로는 가장 깊은 상처의 근원이 될 수도 있는 존재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대상이 부모일 경우 형제사이의 갈등은 더욱 복잡하고 미묘한 양상을 띤다. 특히 부모의 사랑이 ‘공평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 한 자녀는 자연스레 ‘선택받지 못한 존재’라는 인식에 빠지게 되고 이때 생기는 내면의 갈등을 심리학에서 ‘카인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성경 창세기 4장에 가인은 아우 아벨을 질투하다가 결국은 들에서 쳐 죽인다. 단순한 폭력이나 죄책감의 기록이 아니라, 이 사건은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깊은 비교의식, 박탈감, 자존감 상실을 극적으로 상징한다. 아벨의 제사를 하나님이 받으시고 가인의 것은 받지 않자 가인은 ‘하늘로부터 외면당했다’고 느낀다. 이 상실감은 점차 분노로, 분노는 죄책 없는 동생을 향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그 시작은 단지 덜 사랑받는다는 느낌뿐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지점에서 오해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모든 부모는 자식을 편애하지 않으려 애쓴다. 흔히 말하듯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 것처럼 부모의 사랑은 자식마다 표현이 다를 뿐, 결코 사랑의 무게까지 다른 것은 아니다. 어떤 부모도 자식을 덜 사랑하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는 부모가 어떻게 사랑을 표현하느냐보다 자녀가 어떻게 그것을 느끼느냐, 해석하느냐에 있다. 부모의 말투하나 시선하나가 때로는 오해로 이어져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근저(根底)에는 분명한 보이지 않는 사랑이 있다. 

가인은 하나님 앞에서 슬퍼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지 못했다. 스스로 버림받았다는 해석에 매몰되었고 그 감정을 동생에게 투사했다. 이처럼 자존감이 낮아질수록 타인의 빛은 내 그림자를 더 짙게 만든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감정이 형제는 물론 친구, 동료, SNS에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반복된다. ‘나는 왜 선택받지 못했는가?’라는 감정이 반복될수록 인간은 점점 내 안의 가인에게 지배당한다. 

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이 감정을 인식하고 직면하는데서 시작된다. 나는 누구와 비교되고 있는가?, 나는 왜 그 비교가 아픈가?, 나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런 질문이 자존감의 회복을 향한 첫걸음이다. 자존감(自存感)이란 결국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그 믿음은 타인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기 내면에서 자라나야 하는 것이다. 비교와 질투는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그 감정에 이끌려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성숙이다.  

사회 역시 이제는 비교와 경쟁을 조장하기 보다는 개인의 고유성과 존재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부모는 물론 교사와 리더들 모두가 ‘너는 너다. 네 길은 네가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자녀는 부모의 성적이 아니며 형제는 결코 경쟁자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속도로 피어나는 꽃이며 그 고유의 향기는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 

형제란 서로 다른 빛깔을 가진 존재들이며 그 차이 속에서 더 큰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가인이 자신의 그림자에 짓눌리지 않았다면 그는 동생 아벨의 죽음 없는 최초의 살인자가 아니라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는 내면의 가인을 이기려 하지 말고 그를 이해하고 다독이며 자존감을 회복함으로써 진정한 형제가 되는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카인 콤플렉스’를 이 시대에서 극복하는 길이다. 

오늘도 우리의 부모들은 말없이 자식들을 위해 뒤에서 기도하신다. 다섯 손가락이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가 소중하듯, 모든 자식이 행복하길, 서로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길, 형제의 이름이 결코 경쟁이 아니라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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