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변호사로 워런 버핏의 오른팔역할을 했던 찰리 멍거(Charles Thomas Munger)는 한 인터뷰에서 인간의 판단 오류를 설명하며 흥미로운 개념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바로 ‘롤라 팔루자 효과’다. 이는 여러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 예상보다 훨씬 더 큰 결과를 불러오는 현상을 말한다. 단순하게 한두 가지로 설명되지 않은 복합적인 요소들의 집합이 촉발하는 강력한 시너지를 말한다. 

이 현상은 경제나 투자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삶의 여러 장면 특히 독서와 학습의 장에서도 놀라운 통찰을 제공한다. 독서는 개인의 내면을 다듬는 고요한 작업이지만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읽고 변화가 시작되면 상상 이상의 파급 효과가 생긴다. 이는 단순한 지적 향유를 넘어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강력한 에너지로 작용한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생각보다 훨씬 정치적이고 문화적이며 심리적으로 강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독서를 통해 사고가 깊어진 사람은 타인의 말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질문할 줄 알고 사유하며 대화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고 유지한다. 이런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날 때 공동체는 자정기능을 갖게 된다. 독서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사회는 덜 분열되고 더 성찰적이 되며 판단의 기준이, 감정이 아니라 지혜에 기반 하게 되므로 더 합리적이다. 

이러한 변화가 여기저기서 다발적으로 일어난다면 ‘롤라 팔루자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하나의 지식이 하나의 결과를 바꾸고, 그 변화가 다른 이들에게 영감(靈感)을 주며 마침내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흐름이 형성된다. 이 흐름은 결국 문화와 정치 교육과 사회 구조까지 바꾸는 연쇄반응으로 이어진다. 독서는 바로 그 출발점이자 핵심 매개체가 된다. 

오늘날 우리는 AI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빠르게 글을 읽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놀라운 속도로 정보를 가공해 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책을 읽는 행위는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가 단 하나, 기계는 통찰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찰은 인간의 경험과 감정 역사적 맥락 속에서 비롯되는 고유의 사유다. 고전 문학 한줄, 철학서의 단락 하나가 현실의 삶과 맞닿으며 울림을 주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인간다움을 회복한다. 그 울림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인간만의 특권이며 독서를 통해 얻어지는 정수다. 

더욱이 독서는 혼자만의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도 모든 위대한 책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 왔다. 동양에서는 대표적으로 공자의 《논어》 사마천의 《사기》 서양에서는 플라톤의 《국가》 루소의 《사회 계약론》 우리나라에 박지원의 《열하일기》 정약용의 《목민심서》처럼 문화적 각성을 이끈 작품들도 있었다. 이 모든 흐름은 책이 사람을 사람이 다시 또 다른 사람을 자극하는 공동체적 읽기의 연쇄에서 비롯됐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들어서려면 이 흐름을 살려야 할 때가 왔다. 팬더믹과 정치 양극화, 끝없는 정보의 범람 속에서 우리는 피로를 느끼며 정신은 혼란스럽다. 더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끌리기 쉽지만 깊이 있는 사유와 균형감각은 뉴스속보로는 키워지지 않는다. 책은 생각의 근육을 기르고, 말의 품격을 세우며 판단의 중심을 잡게 해준다. ‘고요하지만 강력한 힘’이 바로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본질이다. 

공동체 독서의 흐름도 다시 중요해 지고 있다. 북 클럽, 책모임, 독서토론회, 온라인 서평, 공유 활동 등은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서 문화 운동에 가깝다. 하나의 텍스트가 어떤 이에게는 삶의 전환점이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새로운 질문의 출발점이 된다. 촉서(觸書)가 촉발하는 집단적 시너지는 사회인식의 구조를 바꾸고 결국은 문화수준을 끌어 올리는 동력이 된다. 

이처럼 독서는 결코 혼자의 일이 아니다. 읽는 이가 많아질수록 세상은 덜 혼탁하고 더 명료해 지며 더 평화로워진다. 오늘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기 위함이 아니다. 변화하기 위해서이고 함께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지금 이 순간 책을 다시 펴자. 함께 읽자. 책 한권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우리 모두의 내일을 밝힐 수 있다. 중진국 상위 레벨에 있는 우리나라가 독서량이 올라가지 않고는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일 년에 책을 한권도 안 읽는 사람이 60%가 넘는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으므로 품격이 높아지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이 시대에 우리가 해내야할 숙제이고 진정한 롤라 팔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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