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가 없는 것이 어느 경우에는 도리어 더욱 크게 쓰일 수 있을 때 쓰는 말이다. 산의 나무는 스스로를 해치고 기름 등불은 스스로를 태운다.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베이고, 옻나무는 칠로 쓰이기 때문에 잘린다. 사람들은 모두 쓸모 있는지만 알지, 쓸모없는 가운데 쓸모 있다는 것을 모른다.

춘추시대 최고의 석공(石工) 장인(匠人)이었던 장석(匠石)이 제(齊)나라로 가다가 곡원의 사당 앞에 서 있는 상수리나무를 보게 되었다. 그 크기는 수천마리의 소를 가릴 정도이고 재어보니 굵기는 백 뼘이나 되고, 높이는 산을 내려다 볼만큼 높아 열길 높이위에 가지가 있었다. 또, 배를 만들어도 될 만 한 가지만 해도 여남은 개나 되었다. 구경꾼들이 구름 때처럼 몰려들었지만 장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

장석의 제자들은 충분히 구경을 한 다음 달려와서 장석에게 묻는다. “저희들이 오래전부터 도끼를 들고 선생님을 따라 다녔지만 아직 까지 이렇게 좋은 재목은 본적이 없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이것을 볼 생각도 없이 그냥 지나가는 것은 왜 입니까?”

“그만 두어라. 그건 쓸모없는 나무다. 그것으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을 것이요, 널을 짜면 곧 썩을 것이요, 그릇을 만들면 곧 깨질 것이요, 문을 만들면 나무진이 밸 것이요, 기둥을 만들면 좀이 먹을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쓰지 못하는 나무다. 아무데도 쓸모가 없기 때문에 그같이 수명(壽命)이 긴 것이다.”

이 두 이야기는 모두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나온다. 두 이야기는 모두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쓸모가 있어야하며 쓸모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지만, 어떤 경우에는 쓸모가 있음으로 인해 오히려 스스로를 망치는 경우도 있으며, 쓸모가 없음으로 인해 자신을 지킬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세상에는 능력 있는 사람도 필요하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필요한 법이다.

우리 속담에도 못 배운 자식이 효자(孝子)노릇하고 굽은 나무가 선산(先山) 지킨다는 말이 있다. 능력 있는 사람이 쓰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능력이 다소 부족해도 때로는 생각지도 못하게 무용지용의 쓸모가 있은 경우가 참 많다. 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과,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섞여 조화(調和)를 이루어 살아가는 것이 인간들의 삶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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