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묘백묘(黑猫白猫). 덩샤오핑(鄧小平)이 1970년대 말부터 취한 중국의 경제정책이다. 빛깔이 어떻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뜻이다. 덩샤오핑의 이러한 개혁·개방정책에 힘입어 중국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거듭했다. 경제는 자본주의, 정치는 공산주의 정책의 성공으로 중국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우리 대선 국면에서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의 그림자가 보인다.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에게서다. 물론 안 후보측은 완강히 부인할 것이다. 안 후보는 보수 세력의 지지를 업고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을 깼다. 문 후보가 “적폐세력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다. 진정한 정권교체가 아니다”고 안 후보를 공격했다. “국민이 적폐세력이냐. 국민모독이다”라고 안 후보가 역공을 퍼붓는다. 보수든 진보든 표만 많이 얻어 당선되겠다는 속내가 보인다. 이해한다. 나라도 그럴 것이다.

안 후보가 갈 곳 없는 보수표를 겨냥, 상당한 ‘우클릭’을 한 결과로 분석된다. 당선이 궁극의 목표인 선거전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적폐청산’을 놓지 않고 있다. 국정농단 세력이 돼버린 보수 우파에게는 대단히 아픈 말이다. 현실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달갑지도 않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의 잘못을 눈감을 수도 없다. 문재인과 안철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우클릭’한 안철수에게 당분간 ‘의탁’할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에서 겨우내 켜진 촛불이다. 촛불민심의 실체를 잘 알고 실천할 후보가 누구인가를 살펴야 한다. 촛불은 분명 적폐청산을 요구했다. ‘적폐’는 모든 분야에 눌러 붙어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관행처럼 붙어 있다. 그것을 씻어내자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간신 노릇을 한 자들, 그들과 야합한 자들의 책임과 진정한 반성을 요구했다.

22017년의 시대정신은 ‘적폐청산’이다. 개헌이다. 시대정신을 정쟁의 도구화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유권자)이 바라는 것은 그냥 어떻게 받들겠다는 약속이다. 위기의 경제 해법을 말해야 한다. 서민의 삶을 걱정해야 한다. 무너진 외교력 복원과 공직자의 무소신‧무능‧부패를 말해야 한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를 논해야 한다. 결혼은 물론 취업도 못하는 청년의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 심각성을 더해가는 인구감소 대책을 내놔야 한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나 금수저와 흙수저, 무수저는 있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 모두 편하다. 소통하지 못하면 모두가 불편하다. 역사는 흙수저‧무수저의 삶이 불편하면 언젠가 금수저도 불편한 날이 온다고 가르치고 있다. “사방 백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경주 최부자집이 12대 400년간 부를 이어갈 수 있었던 대표적 지혜다. 금수저와 무수저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다투어야 한다. 금수저와 무수저로 대비되는 두 후보에게 드리는 고언이다.

나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불가론자였다. 결혼과 출산은커녕 시장에서 콩나물 한 번 사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겠느냐는 단순한 논리(?)였다. 책임은커녕 아무것도 모르는 대통령, 나아가 최순실 정도에게 놀아난 부도덕하고 무능한 대통령임을 드러냈다. 안 후보가 사립유치원장들과의 대화에서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순번 대기하느라 추운 밤을 새며 줄을 사야 하는 부모의 고통을 보지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패권 청산과 낙하산 인사 배제, 호남낙후 같은 사안을 서로 따져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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