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가 영어로 뭐죠?” “Home work요.” “그럼 Home이 어디죠?” “집이요.”

아침 독서 시간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몰래 몰래 숙제를 하는 아이들을 발견하고 제발 집에서 숙제 좀 해오라고 외치던 때의 일이다. 숙제는 반드시 부모님 앞에서 해야 한다며, 그래야 부모님이 ‘우리 아이가 공부를 한다’고 안심하신다는 진담 반 농담 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아빠가 집에 안 들어오시면 어떡해요?”라고 질문을 했다. 이혼가정으로 아빠와 살고 있는 학생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나는 갑자기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했다.

못 들은 척 하고 얼른 다른 화제로 돌렸지만 그 아이의 물음에 내가 말실수를 했구나 싶어 마음이 불편했다.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순간순간 이런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담임이 아닐 때 그 아이의 가정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있는데 말썽피우는 아이에게 “너 계속 그러면 엄마오시라고 한다” 했더니 “저 엄마 없는데요” 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아이의 상처를 건드린 건 아닌가 싶어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 이후 많은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다. 가족 유형에 있어서도 다를 바 없다. 경기 침체에 따른 실업률의 증가와 여성의 사회적 진출의 확대 및 이혼율의 증가는 전통적 가족개념의 변화를 야기, 다양한 가족 유형을 양산하고 있다.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또한 많아지고 있다. 2015년도 통계에 의하면 한부모 가정의 가족구성원이 178만 명이라고 한다.

에릭슨의 8단계중 청소년기의 심리사회적 특성은 자아정체감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청소년의 자아 인식은 인간 상호간의 경험에서 얻은 적절한 Feed-back에 의해서 타당화 되어야 하지만 결손가정내의 청소년들은 동일시의 대상이 없음으로 해서 자아 정체감 형성에 있어서 불안정하고 청소년기의 부정적인 측면인 역할 혼돈이 일어난다.

또한 이혼가정의 자녀들은 부모의 이혼을 자기 탓으로 느끼고 버려질까봐 두려워하게 되며 더 나아가 이혼을 제기한 부모에 대한 분노를 지니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편친이나 양친이 없는데서 오는 허전함과 별거‧이혼‧재혼 등 양친을 둘러싼 정신상의 갈등 등이 자녀들에게 영향을 주어 이들이 자발성이 약하고, 열등감이 강하며, 무기력하고, 비사교적인 특성을 갖게 된다.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방황하고 있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기초 생활습관이나 기본적인 역량이 부족하다. 이런 점들은 부모에게서 배워야 하는 항목들이다. 부모 역할은 자녀들이 살고 있는 세계와 살아가고자 하는 세상에서 생존하고 적응하며 번영하도록 보호와 준비를 시키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이 결여된 결손가정의 아이들은 학교의 교사에게서 부모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하므로 교사의 책임감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나 학생부(생활지도담당)교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결손가정 학생과 1:1로 결연을 맺어 학용품이나 금전적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생일이나 특정한 날에도 함께 영화를 관람하거나 식사를 하는 등의 시간을 가지면서 정신적 후원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저녁식사를 제공한다는 말에 야간 행복학교 수업을 신청하는,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도 있지만 그들에게 기본적인 생활안전망을 구축해 줄 수 있음에 다행이라 느끼며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에서 지식과 함께 관심과 사랑을 전달하는 교사가 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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