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산나물은 380여종에 이른다. 이중 90여종은 경제성이 있어 최근 에는 고부가가치 농산품으로 대접받고 있는 중이다. 산나물 밥, 산나물 죽, 떡, 절임류 등의 가공식품이 개발되면서 소비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인치고 산나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강원도 지자체들에선 나물축제가 열려 인기 있는 관광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산나물은 아무래도 봄나물이 으뜸이다. 삶아서 말린 건 나물이나 냉동나물이 아닌 생으로 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봄에 먹는 나물은 보약에 다를 바 없다. 겨우내 부족했던 비타민을 보충해 몸에 활력을 돋게 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참나물‧냉이‧달래‧돌나물‧취나물‧쑥 등 쌉쌀하면서도 제각기의 향을 갖고 있는 봄나물들로 차려진 밥상은 상상만 해도 입에 침이 괸다. 이 때문에 봄나들이를 다니는 재미중 하나가 바로 나물을 캐오는 일이다.

들길을 걷다가 혹은 산행 중에 길섶에서 눈에 띈 나물 몇 줌 뜯어오는 일이야 재미삼아 하는 일이겠지만, 근래에는 봄이 되면 온 산이 전문적인 채취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다. 호미를 들고 큰 배낭을 메고 다니는 불법 채취 꾼에 더불어 최근에는 동호회 단위로 아예 관광버스를 몰고 와서 산나물‧산약초‧약용수목들을 무더기로 채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제 산 나물도 씨가 마를까 걱정이다.

엎친데 덮쳐 이들 전문 채취꾼들 때문에 산불도 늘고 있다. 최근 10년만 해도 봄철 산나물 채취기간 중 108건이나 되는 산불이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봄날이면 집 앞 텃밭 언저리나 뒷산 구릉에서 캔 산나물로 밥반찬을 만들어먹는 소소한 재미가 도회지에서 몰려든 채취꾼들 때문에 범죄로 손가락질 받는 세상이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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