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최초로 재배하게 된 것은 기원전 2000년 바빌론 왕국 시대였다. 서구 문명이 시작된 이후 장미는 꽃의 여왕처럼 여겨졌고, 지금도 서구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 중의 하나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사랑을 받아왔던 까닭에 서구 문명의 영적 기원인 신화나 종교적 상징 속에서 곧잘 등장하는 꽃이기도 하다. 붉은 장미는 승리를 과시하는 미와 애욕의 여신 비너스, 그리고 흰 장미는 성모 마리아의 순결과 영적인 사랑을 표시한다.

다른 꽃들과는 달리 장미는 이처럼 다의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정열과 사랑의 꽃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시들고 말 쾌락의 종말을 암시하는 허무를 뜻하기도 한다.

장미가 지닌 이러한 여러 가지 상징 때문인지 장미의 꽃말도 다른 꽃들과는 달리 다양하다.

빨간 장미는 욕망·열정·기쁨, 하얀 장미는 존경·순결, 노란 장미는 질투·시들어가는 사랑, 그리고 파란 장미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 불가능한 것을 뜻한다. 하나의 꽃이 이렇게 서로 상반되기도 하는 많은 꽃말을 지니는 것도 결코 흔치않은 일일 것이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를 사람들은 ‘장미 대선’이라 일컫는다. 보통은 겨울에 치러지는 선거가 탄핵정국을 맞아 장미의 개화가 시작되는 5월 9일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장미 대선이라는 말이야 더없이 예쁘지만,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각축 속에서 혈전을 벌이는 중이다.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 공방도 극에 달하고 있다. 15세기 영국, 흰장미 문양을 쓰는 에드워드 가문과 붉은 장미 문양을 쓰는 랭커스터 가문간의 패권 다툼이었던 장미 전쟁을 연상케 한다.

격하게 전개되는 양상으로만 보자면 질투의 화신으로 상징되는 ‘노란 장미 대선’이라 불러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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