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대기업 하청업체에 다니는 김모(31)씨는 '근로자의 날'이 반갑지 않다. 날짜에 맞춰 제품을 납품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납품 기일 때문에 하루라도 일을 멈추면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면서 "근로자의 날은 우리 같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는 있으나마나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이 쉰다는 소식이 들으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면서 "추가임금이라도 나오면 덜 억울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일은 근로자의 날이지만 상당수 중소기업 직원들은 정상근무를 해야 한다. 그들 중 일부는 휴일 근무수당 '혜택'도 적용받지 못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들의 권익ㆍ복지향상과 근로의욕을 상승시키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정휴일'이지만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는 남 이야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1일 근로자의 날과 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 9일 대선까지 징검다리 휴일이 있어 연차를 사용하면 1일부터 9일까지 무려 9일을 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은 5월 연휴에 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정모(39)씨는 "날짜에 맞춰 제품을 납품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와 다름없이 근로자의 날에도 근무한다"며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월차를 이용하면 11일의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다는데 우리회사 같은 중소기업은 그럴 틈이 없다. 그렇다고 추가임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 한 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정모(26)씨도 "근로자의 날을 법정휴일로 제정했지만 근무하는 기업형태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하물며 쉬지않고 근무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추가임금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논란은 매년 계속되는데도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모든 근로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근로자의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에서 드러난다.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직장인 5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3명 이상이 근로자의 날에 출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63%는 근로자의 날에 휴무를 택했지만 37%는 정상근무한다고 답했다.

기업규모별로는 벤처기업(43%), 공공기관(40%), 중소기업(39%) 순으로 출근비율이 높았다. 특히 중소기업의 재직자 출근율은 대기업(16%)과 비교하면 2배이상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근무 이유로는 '강제 근무 요구'(27%)가 가장 많았고, '바빠서 엄두를 못 낸다'(21%), '거래처 혹은 관계사가 바빠서 쉴 수 없다'(20%) 등의 순이었다.

근로에 대한 추가보상도 받지 못하는 응답자도 절반이상이었다. 근로 예정자의 58% 이상은 '아무런 보상이 없다'고 말했다.

광주시 노동센터 관계자는 "현재 법정휴일인 근로자의 날은 쉴 수 없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는 유명무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휴일근로에 대한 보상이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며 "노동부 차원에서 기업휴무여부를 파악하고 휴일근로에 대한 보상지급 유무를 점검해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 대해선 강력한 행정제재를 가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의 날에 근무한 이들에게는 가산임금 50%를 지급해야한다"며 "위반할 경우 임금체불에 해당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