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長壽)하는 사람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살았던 인물로 BC154~BC93년 까지 62년을 산 해학(諧謔)이 풍부한 실존 인물이다. 골계(滑稽)열전에 나온다. 무제가 널리 인재(人才)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은 동방삭(東方朔)은 지게로 한 짐 되는 정도의 죽간(竹簡)에 자기를 소개하는 글을 써서 무제에게 올린다. 글이 너무 많아 읽는데 만 두 달이 넘게 걸렸다.

동방삭은 변론(辯論)이 뛰어났다. 해학과 재치로 무제의 총애(寵愛)을 받았는데 때로는 무제의 사치(奢侈)와 부국강병(富國强兵)책에 간언(諫言)을 하는 등, 단순한 익살로만 끝난 것이 아니었다.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훔쳐 먹어 장수했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삼천갑자 동방삭이라 불렀다. 삼천갑자는 60갑자가 3천 번이므로 18만년에 이른다. 동방삭의 장수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퍼져 익숙한 이야기이다.

저승사자가 실수로 동방삭을 염라대왕(閻羅大王) 앞에 끌고 갔다. 잘못 데리고 온 것을 안 염라대왕은 저승사자에게 호통을 치며 빨리 데려다 주라고 한다. 동방삭은 궁금해서 염라대왕에게 자기 수명(壽命)을 물었다. 그런데 염라대왕이준 명부(名簿)를 보니 수명이 고작 일 갑자(一甲子)였다. 동방삭은 붓으로 획을 더 긋고 천자(千字)를 넣어 삼천갑자(三千甲子)로 만들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염라대왕이 화가 나서 동방삭을 다시 잡아오라고 저승사자를 보냈지만 그때마다 저승사자를 피해 도망 다녔다.

수소문(搜所聞) 끝에 동방삭이 조선 땅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저승사자는 동방삭을 잡을 꾀를 생각해내고, 강가에 앉아서 숯을 씻었다. 동방삭이 지나가다가 그 광경을 보고 물었다. “도대체 왜 강물에 숯을 씻는 거요?” “숯이 검어서 내 옷을 더럽히기에 희게 만들려고 빠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동방삭은 배꼽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지만 숯을 강물에 빠는 놈은 생전 처음보네.” 이렇게 해서 동방삭은 저승사자에게 잡혀가게 되었다.

당시에 저승사자가 숯을 빤 곳을 탄천(炭川)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 한나라 때 동방삭은 62세에 병사했다. 그는 죽기 전에 황제에게 아첨꾼을 멀리하고 참언을 물리치라고 간언 했는데, 이에 대해 ≪사기(史記) <골계열전(滑稽列傳)>≫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동방삭이 늙어서 죽을 때 간언(諫言)을 올렸다. “폐하께서는 아첨(阿諂)을 멀리하고 참언(讒言)은 물리치시기 바랍니다.” 황제는 “지금 동방삭이 옳은 말을 하는구나.” 라고 말하며 괴이하게 여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방삭은 병으로 죽었다. 전해오는 말에 “새가 죽으려하면 우는소리가 애달프고, 사람이 죽으려하면 하는 말이 착하다.” ≪논어(論語) <태백(泰伯)>≫ 라고 했는데 이를 두고 한말인가? 우리는 건강을 잘 돌보지 않고 몸을 함부로 쓰는 사람에게 “네가 무슨 삼천갑자 동방삭이냐”고 한다. 모든 짐승은 자기 성장기의 약 6배 정도를 산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20년이 성장기라면 120년을 살 수 있다. 머지않아 이루어 질 것으로 본다.

이경일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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