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대할때는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한 해 동안 아이들과 쌓을 추억에 설레고, 그 안에서 일어날 사건과 사고들에 두려움을 느낀다. 또 새로운 아이들에게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깨달음을 주고 성장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설레고, 이따금 그 다짐이 희미해질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2015년, 영광 홍농서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으며 매년 느낀 그 마음을 새삼스레 상기해보았다. 4명의 남자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 발을 내디뎠을 때 아이들의 눈은 역시나 호기심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나 역시 아이들과의 미래를 황금빛으로 물들일지 잿빛으로 물들일지 점치고 있는 중이었다.

4명의 아이들과 보낸 시간이 잔잔한 음악 같지는 않았다. 격렬하고 복잡한 선율이 교차하는 음악에 비유하고 싶을 만큼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었다. 왜 그런 아이들일수록 뭔가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확신이 생겼을 때, 힘들지라도 실행에 옮기는 것이 교사의 본능이라면 나는 본능에 충실했다고 말하고 싶다. 다만, 아이들이라는 ‘악당’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도 자문한다.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무대의 주인공이 누구라고 말하겠는가? 각각의 악기가 가지고 있는 소리의 특성과 그 소리를 아름답게 이끌어가는 지휘자의 손끝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나는 착한 아이들을 만들어 내는 영웅이 될 것이 아니라 독특한 음색과 선율을 가진 아이들의 지휘자가 되었어야 했다.

교사로서 필요했던 것은 파괴력 강한 무기보다 아름다운 소리를 이끌어가는 지휘자의 ‘손’과 각각의 소리가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귀’였다. 그 ‘귀’가 아이들을 편견없이 바라보게 하고 긍정적인 시각을 열어주어 아이들로 하여금 내 손끝을 바라보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미래를 점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호기심이 무엇이고 어떤 걱정을 하고 있을지를 골똘히 생각해 보았어야 했다. 생각의 중심이 ‘나’가 아닌 ‘너’여야 했던 것이다. 분명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실천해야할 상황에서 익숙한 방식으로 생각을 해버렸다. “아이들이 이런 실수를 했다면 분명 한 소리 했겠지.” 피식 웃음이 났다.

서서히 아이들을 알아가고 차근차근 배워가는 중이다. 아이들의 웃음이 나의 기쁨이 되는 그런 날들이 가득하길 소망한다.

홍석곤 홍농서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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