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놀이 말고 내 에너지를 비축하며 즐겁게 놀아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에서, 나와 아이 모두가 재미있어하는 놀이를 찾으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 같다.

‘싸움놀이 말고 나는 뭘 좋아했지? 뭘 하고 놀았었지?’

기억을 더듬어보니 어렸을 때 소풍가서 했던 ‘보물찾기’가 생각났다. 재미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냥 보물찾기는 어째 좀 밋밋한데. 어린 시절 만화에서 보물지도를 펼쳐보며 모험을 떠나는 로망을 접목시켜 보면 어떨까? 그냥 보물을 숨기고 찾는 것보다는 보물지도를 주고 보물의 위치를 찾아가게 하면 아이의 의욕을 복돋을 수 있고, 찾았을 때의 성취감도 더 커지지 않을까? 또 지도 읽는 능력도 키우고 방향 감각도 심어줄 수 있는, 그림을 워낙 좋아하는 윤이에게 딱이었다.

처음엔 적당한 크기인 블루투스 스피커를 보물이라고 가정했고, 우리집의 대략적인 평면도를 그려 보물의 위치를 표시했다.윤이는 지도를 보고 보물을 찾기 시작했다. 윤이가 지도 보는 것을 어려워해 옆에서 도움을 주었다. 처음엔 재미있어 했지만 윤이는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뭐가 문제였을까?

두가지의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 문제는 블루트스 스피커는 윤이가 찾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보물이 아니었다. 찾았을 때 아이에게 이득이 있는 진짜 보물이어야 했다. 보물을 마이쮸나 과자로 바꿔 보았더니 바로 의욕에 불탔다.

두 번째 문제는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곳에 숨겼다는 것이다. 아직 지도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윤이가 지도를 보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지도 읽기에 재미와 자신감을 심어줘야 했다. 처음부터 쉽게 찾을 수가 없으니 지도고 뭐고 짜증이 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놀이도 아이가 의욕을 잃는 순간 끝이다, 어떤 놀이도 마찬가지지만 난이도를 천천히 올려야 한다. 나중엔 역할을 바꿔 윤이가 보물을 숨기고 지도에 표시를 한 뒤 내가 찾는 놀이를 했는데 이것도 반응이 좋았다.

놀이를 진행하며 쉽게 여러 번 설명을 해주어도 지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윤이의 모습에 답답함도 느꼈다.

‘윤이가 이해력이 부족한 건가? 쉽게 설명해준 것 같은데.’

하지만 아이가 아직 공간 감각이 부족해 지도를 읽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인정해야 했다. 간단한 덧셈도 아이가 감을 잡기 전까진 아무리 쉽게 설명을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미 육아서를 보고, 아이의 발달과 관련한 공부를 하며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막상 상황에 맞닥트리자 그런 건 다 잊어버리고 순간의 답답함이 앞선다. 이럴 땐 잠시 숨을 돌리며 여유를 갖고 제삼자의 입장에서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을 해본다. 이미 욱했거나 아이에게 열등감과 상처를 주었을 때 밤에 다시 육아서를 꺼내 읽으며 반성하고, 위안 받고, 마음을 다잡는다.

육아의 길은 끊임없는 배움의 길이요, 아는 대로 행하지 못함을 반성하는 길이요, 내가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게 하는 수양의 길인 것 같다. 육아는 결국 득도의 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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