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다고 한다. 좋았다고 추억한다. 아름다웠다고 얘기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X구멍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오죽 배고프고 추웠겠는가. 도시락 대신 물로 배 채우는 어린 가슴은 얼마나 시렸겠는가. 그런 시절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리라. 그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깨달음 때문이리라. 그때 그 시절을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는 것은 그 깨달음의 소산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과거 호의호식하며 떵떵거리고 살던 사람보다 고생한 사람이 성공한 경우가 더 많다. 그들의 인생 스토리는 한결같이 눈물겹다. 고생스럽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는 단서가 붙는다. 그러면서 그 시절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얘기는 대개 율리시즈의 무용담처럼 흘러간다. 예사 사람들에게 그들의 성공 스토리는 그야말로 신화처럼 들린다. 그런 스토리를 접할 때마다 ‘젊어 고생은 돈 주고 사서도 한다’는 속담(?)은 어쩌면 그렇게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지!

개인의 시린 과거는 그립고 좋은 것으로 남지만 조국의 아픈 과거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좋았다고 추억되지 않는다. 그래서도 안 된다. 만약 그 시절이 좋았다거나 아름다웠다고 추억하는 것은, 기억되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강변이다. 궤변이다. 요설이다. 그리하여 좋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과거를 오늘에 되살리려는 음모다. 자가당착이다. 대중을, 국민을 우롱하는 짓거리다.

2015년이 간다. 우리는 가는 해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이 나라 역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성공한 것은 무엇인가. 실패한 것은 무엇인가. 역사를 발전 시켰는가. 후퇴 시켰는가. 역사의 평가는 먼 훗날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액면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오늘의 잘못을 감추려는 불순한 의도를 감추려는 변명이다. 발전적 역사라면 상관없다. 후퇴를 가져올 역사라면 한시라도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지는 해를 돌아보며 묻는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졌는가. 세월호의 비극은 재발되지 않았는가. 아니다. 메르스가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예린이는 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2Cm에 갇혔다. 세 모녀는 가난을 못 이기고 함께 저승길을 택했다. 세월호와 유 병언의 악령이 되살아난 것 같았던 한 해였다. 누굴 원망해야 하나.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팽목항에서 기념 촬영을 한 ‘속없는’ 벼슬아치는 없었는가.

있었다. 벼슬 하는 사람치고 국민 행복과 안전, 복지를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국민은 메르스에 떨었다. 예린이는 학대당했다. 세 모녀는 죽음 길을 택했다. 아직까지도 속없는 벼슬아치들이 떵떵거리며 벼슬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을 향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가는 2015년. 개개인은 행복했는지 모르지만 국민은 분명 행복할 수 없었다고 역사는 기록될 것이다.

갑질은 도처에서 횡행했다. 심지어 국회의원에게까지 갑질은 자행됐다. 물론 대부분의 국회의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셀 수 없을 만큼 갑질을 했을 터다. ‘갑질’이란 단어는 없었다. 우리 귀에 설었다. 이젠 흔히 듣고 쓰이는 단어가 돼버렸다. 갑은 ‘슈퍼 갑’에게 갑질을 당하는 것이 일상인 나라가 됐다. 이래서는 국민이 행복할 수 없다. 아름다운 나라는 더욱 아니다.

이 나라의 모든 더럽고 추악한 것들은 모두 2015년에 담아 떠나보내자. 안전하고 행복한, 그리하여 역사 발전을 이룰 2016년을 맞자. 마음먹기에 달렸다. 대통령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역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는 2016이여 어서 오라.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