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시그널은 명백하다.”

김수남 검찰총장의 사표가 수리된 지난 12일 통화한 한 검찰 관계자의 반응이다. 그는 “총장이 사표를 내자 하루 만에 수리됐다. 신설되는 반부패비서관 자리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 사건의 여파로 검찰을 떠난 박형철 변호사가 임명됐다. 조국 민정수석은 정윤회 문건 사건 재조사 방침을 밝혔다. 정권 입장에선 이미 할 얘기는 다한 셈이다. 관련자들은 알아서 처신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행보가 거침없다. 취임사에서부터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이후 대표적인 검찰 개혁론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민정수석에 앉히면서 수면 아래에서만 맴돌던 검찰 개혁은 현실이 됐다. 조 수석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검찰 개혁을 마치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 주변에선 정권 교체기마다 추진된 통상의 검찰 개혁과는 강도와 속도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과거 개혁 논의 때마다 강력하게 반발해온 검찰 내부에서조차 “우리의 업보(業報)다. 처분만 기다리는 중”이라는 자조적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새로운 검찰은 어떤 모습일까.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의 발언, 책, 공약집 등을 종합하면 ‘견제와 균형’이 핵심이다. 검사 중심으로 짜인 한국의 형사사법 시스템에 적절한 견제 장치를 둬 검찰의 힘을 빼고 권력기관 간 균형을 이루게 하는 방식이다. 문 대통령은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집중된 권한 때문에 무소불위 검찰이 됐고 권력의 눈치를 보는 정치검찰이 등장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검찰 개혁의 구체적 방안으로는 우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 거론된다. 공수처는 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 수사를 전담하는 새로운 조직이다. 공익의 대표자여야 할 검찰이 그간 홍만표·진경준 전 검사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전직 고위 검사의 비위 사건 수사 때마다 은폐하고 축소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된 데 따른 대안이다. 아예 다른 조직을 만들어 수사권과 기소권을 줘 검찰 내부도 수사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공수처 도입이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 첫 법안이 발의된 이후 19대 국회까지 10차례 발의됐으나 전부 무산됐다. 20대 국회에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조 수석은 저서 『진보 집권 플랜』에서 “공수처 신설은 검찰 조직 개혁이라는 차원 외에 권력형 부패 범죄를 더욱 단호하게 수사한다는 목적이 있다.(중략) 대통령이 검찰을 이용하듯 공수처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처장을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그 사람을 대통령에게 임명하도록 하면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또 하나의 검찰을 만들어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정치권이 정말 이런 조직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중립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두 개의 검찰이 서로 경쟁한다고 하지만 국민 입장에선 양자에 의해 더 많은 고통을 받을 가능성도 있으니 달가운 일이 아니다. 공수처장을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해도 대통령이 가진 검찰권을 국회에도 쥐여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도 지난해 11월 이창재 차관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에 참석해 “2년 전에 여야 합의로 특별검사·특별감찰관 제도가 도입됐고 지금도 필요한 경우 여야 합의로 개별 특검법을 제정하고 있다. 사건 총량에는 변동이 없는데 추가로 공수처를 신설하는 것은 권력기관 내지는 형사사법 집행기관의 총량만 증가시키는 옥상옥 기구를 만드는 것이어서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일반적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방안이다. 만약 실현되면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만 보유하게 된다. 과거처럼 경찰이 검사를 수사할 때 검찰에 송치하도록 한 뒤 입맛대로 결과를 내리는 일은 어려워진다.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검찰 개혁 관련 공약을 담당한 관계자는 “검찰, 공수처, 그리고 일반적 수사권을 가지는 경찰이 상호 견제해 기관 간 균형을 달성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자는 게 검찰 개혁의 밑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찬성하지만 경찰의 권력남용에 대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에 수사권을 준다면 내부 통제장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 강제수사에 대한 심의위원회를 만들고 시민들이 모니터링하게 하는 다단계 통제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도 정치적이라는 점에서 수사의 독립성은 여전히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정보·경비 분야를 포함해 경찰 개혁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사건에서 검찰의 영장청구가 자의적으로 이뤄지는 데 대한 개선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조 수석은 지난달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구속영장 청구 및 발부에 있어서 문제점은 사회경제적 강자에 대해 관대한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조직적으로 자행되는 범죄, 재벌들의 각종 정치권력형 비리, 경제범죄는 특수성이 있다. 수장이 격리되지 않으면 범죄 은폐가 시도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이 같은 범죄는 보다 엄격히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도 강화된다. 검찰총장 임명에 권력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독립된 검찰총장후보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 등이다. 법조계에선 누구를 검찰 총장에 임명하는가가 개혁 성공 여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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