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포기한 사람이 아닌 바에야, 돌아설 때의 모습은 중요하다.

사랑했던 여인과 헤어질 때 증오심에 가득 차 길 가에 가래침을 뱉고 돌아선 남자는 재회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외로워 보이는 어깨로 우수가 느껴지는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는 남자에겐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 사람들은 첫 인상과 마찬가지로 이별의 모습 또한 오래도록 의식 속에 간직하기 때문이다.

대선에 실패한 주요 후보들의 낙선 인사가 저마다 특색을 보여주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인사는 ‘주문 형’이다. 축하인사를 보내며 좋은 나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심상정 후보는 안 후보 보다는 조금 더 센 ‘독려 형’이다. 이것만은 꼭 실천해야 한다는 식의 힘이 실린 주문이었다.

유승민 후보의 낙선 인사가 가장 마음에 든다. 축하 전화를 받았다는 말과 함께 함께 좋은 나라 만들자고 국민을 향해 호소했다. 이를테면 ‘호소 형’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함께 만들자는 진정성이 엿보인다.

제일 고약한 것은 홍준표 후보의 독설이다. 미국에 있는 아들 집에 가겠다고 공항을 빠져나가며 ‘좌파들의 잔치 지켜보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일갈했다. 형석적인 축하 인사 한마디 없었다. 그 어느 대선을 살펴봐도 그렇게 예의 없는 낙선 언급은 없었다. 지독한 ‘독설 형’이다.

그의 말을 듣고 홍 후보를 찍지 않았던 사람들은 ‘정말 잘 선택했다’고 새삼 안도의 한숨을 돌렸을 것이다. 홍 후보는 상식 밖의 낙선 인사로 두 번 죽은 꼴이다. 설혹 그가 다음 대선에 나올지라도 상식적인 유권자들은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결코 그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 전이나 후나 그의 막말은 여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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