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장미가 만발하는 계절입니다. 빨간 색은 열렬한 사랑, 흰색은 순결과 청순, 노랑은 우정과 영원한 사랑을 말한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모습처럼 꽃말도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장미엔 가시가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는 장미의 가시를 비너스가 붙였다고 합니다. 아들 큐피드가 장미의 아름다움에 반해 키스를 하는데 벌이 나와 입술을 쏘았답니다. 엄마인 비너스가 화가 나서 벌의 침을 장미에 붙였다는 것입니다.

장미에 가시가 없으면 어떨까요. 초식 동물들이 마구 먹어치우고 짓밟아 우리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겠지요. 아름답기 때문에 가시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생존하기 위해 가시를 달고 있는 것입니다. 장미를 좋아하신다면 그 가시도 좋아해야 합니다. 목련은 잎이 채 나기도 전 꽃을 피웁니다. 그 아름다움을 즐기겠다고 마음먹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시듭니다. 아주 초라하게.

꽃은 벌‧나비를 유혹해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핍니다. 향기와 꿀로 유혹해 암수를 합치게 하고 제 씨를 완성시켜 종족을 번식시키는 것이지요. 목련도 제 할 일을 다 하면 더 이상 피어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데 생명력을 소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두뇌가 없고 발도 없는 나무도 이처럼 지혜롭게 살아갑니다. 자연스럽다는 것이 얼마나 지혜로운 것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선현들은 그래서 아무 말도 없는 나무와 산과 물을 비롯한 자연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가르침을 남겼습니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그래서 가장 지혜롭다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공자님은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움직이고, 어진 사람은 고요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게 살고, 어진 사람은 장수한다(知者樂水, 仁者樂山. 智者動, 仁者靜. 智者樂, 仁者壽)"고 했습니다.

노자께서도 물처럼 살라는 가르침을 남겼습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겸손을 갖췄습니다. 단단한 바위도 무너뜨리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대지를 적시며 생명을 불어 넣습니다. 흙으로 스며 모든 더러운 것들을 깨끗하게 합니다.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는 통찰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불갑저수지 제방에 피기 시작한 장미를 보면서 욕망 가득한 우리의 삶을 잠깐 돌아봤습니다. 자연이 스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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