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이 간다.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역사는 그 이전과 다르게 씌어 지길 전 국민이 바랐다. 담배값 인상의 불만을 안고서도 세월호의 상처가 치유되길 빌었다. 보내면서 되돌아본 2015년의 역사는 세월호 이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발전하길 바랐던 역사는 오히려 후퇴를 거듭한 것으로 기록됐다. 메르스는 선진국 찬가를 부르는 대한민국을 비웃었다. 보건 행정은 뒷북으로 일관했다. 첨단 의료기관은 감염의 온상이 됐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의 역사만 썼다.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어떤 부담도 감수하겠다던 약속은 부도가 났다. 유족들의 시위를 부른 정부의 조치는 국민들의 가슴에 소금을 뿌렸다. 수중고혼이 된 우리의 아이들을 볼 면목이 없게 됐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새긴 깃발들은 어느 틈엔가 사라졌다. 정부도, 정치도 보이지 않았다. 청문회는 부끄러운 흔적들로 가득했다. 정치판에 정치인이 없다. 정치꾼들의 고함소리만 가득했다.

국민을 위한 목소리는 들은 기억이 없다. 선거를 겨냥한 목소리만 기억된다. 기억이 가장 뚜렷한 것은 대통령의 목소리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했다. 10년 전 같았으면 벌써 탄핵소추 깜이다. 10년 새 대통령은 선거 중립을 안 지켜도 되는 나라가 됐다. 당과 국회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청와대만 있는 나라가 됐다. 김 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가 3김 시대 정치에 대한 향수를 불렀다. 싸울 땐 싸웠지만 타협과 양보가 있는 의회민주주의 정치가 있었다.

새해를 맞는다. 기억하기 싫은 2015년이 가고 2016년 새해를 맞는데도 기대되지 않는다. 정부도, 정치도 보이지 않고 오직 오금을 박는 대통령의 호통과 짜증만 듣고 보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변정세나 경제 여건이 만만치 않다. 모든 공직자가 맡은 바에 충실하지 않으면 구멍이 뚫리고 결국 나라가 무너질 수 있다. 대통령 혼자서 모든 역할을 다 할 수는 없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제 역할을 해야한다. 정부도 대통령의 입만 바라봐선 안 된다.

나라의 시스템은 법과 제도에 의해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의 호통과 짜증은 시스템의 마비만 초래할 뿐이다. 선거보다 역사 발전에 전력을 다하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국회다운 국회, 정치인다운 정치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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