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종 해룡고 교사

  1988년 하계 올림픽은 1988년 9월 17일부터 10월 2일까지 16일 동안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인의 스포츠 대회였다. 12년 만에 IOC 회원국 중 대부분인 160개국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올림픽이었으며 코리아나가 부른 '손에 손잡고'의 공식 주제곡은 지금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

그 해 가을 나는 모교 해룡고등학교에 교사로 첫 부임을 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 한 지 7년 만에 다시 찾게 된 모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중의 하나는 남·녀 공학이 실시됨으로 인하여 학급수와 학생 수는 물론 교직원 수도 몇 배 이상 늘어난 점이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활력이 넘쳤으며 학창 시절 은사님들과 함께 교단에 서게 된 것이 신비롭게 여겨졌다.

부지런히 교재 연구를 하고 학교 업무를 하나하나 익혀가는 과정이 반복이 되는 과정에서 나를 가장 곤혹스럽게 한 것은 여학생 반 수업시간이었다. 몇몇 여학생들은 매 수업 시간 마다 짓궂은 질문을 하여 총각선생님의 얼굴을 붉게 물들게 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던 것이다. 여학생들과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칠판만 쳐다보면서 수업을 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교단에서 느낀 첫 번째 안타까움은 일부 학생들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결석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학생들을 대하면서 결석 없는 학급을 운영을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다음해인 1989년 새 학기를 맞이하여 2학년 남학생 반 첫 담임을 맡게 되었다. 초보 교사의 설렘 속에 처음 맞이한 대부분의 학생들 눈동자는 반짝 반짝 빛이 났지만 몇몇 학생들은 학교생활이 무료 하다는 듯 어두운 얼굴로 나를 대했다. 그동안 짧은 교직생활을 통해 느꼈던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면서 1년 동안 단 하루도 결석이 없는 학급을 만드는데 다 함께 참여 해 줄 것을 호소했다. 생일을 맞이한 학생에게 생일 축하 카드를 만들어 전달을 하는 등 하루하루 즐거움 속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학급 전체 학생들이 결석 없는 학급을 만들기 위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학생들이 한마음 한 뜻이 되어 단결된 힘을 과시 한 결과 교내 체육대회에서 우승을 하는가 하면 안정된 학습 분위기에서 학업 성적이 날로 향상이 되었으며 학생들은 무슨 일이든 자신감과 함께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우리 반 학생 중 한명이 지리산에서 야영을 하다가 캠프파이어 도중에 심한 화상을 입어 병원에 장기간 입원을 하는 바람에 결석 없는 학급의 꿈이 산산 조각 나게 되었다. 학급 학생들의 실망이 컸지만 다음 해를 기약 할 수밖에 없었다.

해가 바뀐 다음해에도 나는 2학년 남학생 반 담임을 맡게 되었는데 가출한 학생으로 인하여 결석 없는 학급의 꿈은 사라지고 말았다.

교직생활 3년째 되던 해에도 나는 또다시 2학년 남학생 반 담임을 맡게 되었다. 새롭게 만난 학생들과 함께 결석 없는 학급의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우리 반 학생 한명이 등굣길에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결석하면 안 된다며 교실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결석 없는 학급 만들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의 부부싸움 때문에 학교를 포기하려는 학생을 설득시켰던 노력, 가출을 시도한 학생을 사전에 만나 마음을 돌려놓기가 너무 어려웠던 일 등 수많은 우여 곡절 끝에 담임을 맡게 된 3년 만에 드디어 결석 없는 학급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온갖 어려움을 뒤로 한 채 한마음 한뜻이 되어 목표를 달성하게 된 학생들은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학생들의 밝고 건강한 얼굴을 대하면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후로도 나는 담임을 맡게 되면 언제나 결석 없는 학급을 만들기 위하여 학생들과 함께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동안 가르쳤던 제자들의 아들과 딸들이 나의 새로운 제자가 되고 있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고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는 제자들이 하나 둘 늘어 날 때마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교단에서의 생활이 끝나는 마지막 까지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밝고 건강한 학생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