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말기 위나라에 맹분(孟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용력지사로 살아있는 소의 생뿔을 잡아 뽑기도 하고 산속에서 맹수(猛獸)를 만나더라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지닌 자였다. 그가 하루는 강을 건너려하는데 순서가 자기에게 까지 미치지 못하자, 새치기를 했다. 뱃사공이 화가 나서 노로 그의 머리를 후려쳤는데 그가 맹분인줄을 전혀 알지 못했다.

강물가운데에 배가 이르렀을 때에 맹분이 눈을 부릅뜨고서 뱃사공을 째려보았는데, 그의 머리털은 위로 곧추서고 눈은 옆으로 째졌으며 턱수염 역시 뻣뻣해졌다. 배안에 탄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라 뿔뿔이 강물로 뛰어 내렸다. 뱃사공이 그가 맹분인줄을 알았더라면 감히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을 것이고 강을 건너는 일에 감히 그보다 빨리 하려는 자가 없었을 것이다.

앎과 알지 못함은 모두 기댈만한 것이 못되고 오로지 앎과 알지 못함의 조화(調和)만이 그나마 기댈 만한 것에 가깝다. 그래도 이것은 필연(必然)적인 것이 될 수 없으니, 왜냐하면 이 조화를 분별하지 못하는 자가 있으면 조화를 이룬다 하더라도 역시 재앙(災殃)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송(宋)나라의 환퇴(桓魋)는 보배로운 구슬을 갖고 있었는데 그는 죄를 짓고 형벌(刑罰)을 받아서 다른 나라로 망명(亡命)을 하였다. 임금이 사람을 시켜서 구슬이 있는 곳을 알아보게 했더니 “못 가운데에 던져버렸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못의 물을 다 퍼내고 찾아보니 구슬은 얻지 못하고 아무 죄 없는 물고기만 다 죽었다.

주(紂:상나라 포악한 마지막 군주)가 상나라에 옳지 못한 일을 하여 재앙이 하늘과 땅을 꽉 메웠으니, 앎과 알지 못함이 조화를 이룬들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이 이야기는 ≪여씨춘추(呂氏春秋)≫ <효행람(孝行覽)필기(必己)>에 나오는데 보통 송군망주(宋君亡珠) 앙급지어(殃及池魚)라고 한다. 송나라 왕이 구슬을 잃었는데 그 화가 연못의 물고기에 미쳤다는 이야기다.

앙급지어의 또 하나의 출전(出典)은 응소(應劭))의 ≪풍속통의(風俗通義)≫를 인용한 ≪태평광기(太平廣記)≫ 의 다음 구절이다. “성문에 불이 붙었는데 그 화가 연못의 물고기에 미쳤다(城門失火 殃及池魚)” 이 구절에 대해서는 송나라 도성의 성문에 불이나 끄느라고 근처 연못에 물을 다 퍼내 물고기들이 다 말라 죽었다는 해석이 있고 성문이 불탈 때 그 근처에 살던 지어(池魚)라는 사람의 집에 옮겨 붙어 그도 불에 타 죽었다는 해석이 있다.

앙급지어는 지어지앙(池魚之殃)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앙급을 위에 조상(祖上)들이 지은 죄(罪)값을 자손(子孫)들이 받는 것을 앙급(殃及)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잘못알고 있는 것이고 주위사람이 잘못을 저질러 괜히 옆에 있다가 피해를 보는 것을 말한다.

사업을 하는 일가친척(一家親戚)이나 친한 친구에게 보증(保證)을 섰다가 불경기를 만나 보증으로 인한 빚을 떠안게 되는 경우나, 1998년 우리나라 외환위기(外換危機) 때 많은 사람들이 고통(苦痛)을 당한 것도 앙급이라고 할 수 있다. 본이 아니게 우리들은 한 그물에 고기처럼 피해를 보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앎으로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안다고 할지라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경일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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