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중반까지 광주‧전남 지역은 매년 가뭄과 홍수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홍수는 재산은 물론 인명까지 앗아가기 일쑤였다. 들판의 전봇대 끝에 지푸라기 등이 걸려 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홍수 지역 도로는 복구한 다음해 다시 무너지기 일쑤였다. 가뭄은 거의 매년 들판은 물론 농심마저 태웠다. 물을 대기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76년 나주‧장성‧담양‧광주 등 4개댐이 준공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고통은 현저히 줄었다.

40년 전은 그랬다. 4개댐은 홍수 조절 역할은 하고 있으나 가뭄 대비에는 충분치 않다. 그만큼 강수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광군은 염산 등 일부 지역 농업용수가 부족해 애를 먹었다. 영광군은 장성호 등에서 부족한 물을 공급 받으면서 큰 어려움 없이 지냈다. 그러나 작년 가뭄에는 그마저 충분히 공급 받지 애를 먹었다. 올해 강수량은 작년보다 적다고 한다. 예년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고 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모내기철을 맞자마자 물 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작년엔 응급 대책을 세워 큰 피해 없이 넘겼지만 올해는 작년 보다 일찍 물 부족 소식이 들린다. 벼농사가 시작되자마자 물 걱정을 해야 하는 농민들의 처지가 딱하다. 들이 넓은 백수면이나 불갑 저수지 물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염산면 야월‧두우리 지역이 걱정이라고 한다. 강수량이 적을 경우 상습 한해지역으로 알려진 곳이다.

영광군 당국이 이들 지역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발 빠른 대처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더 크다. 이상 기후로 인한 폭우와 가뭄은 진즉에 예상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홍수와 가뭄 피해 예상 지역에 대한 대비를 했어야 한다. 농업정책의 허술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이들 지역에 대한 항구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저수시설을 할 수 없는 지형이라는 이유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사막에도 물을 대는 시대다.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시설도 있다.

영광군은 정부 관계 당국과 함께 이들 지역은 물론 군내 전 지역에 대한 장기적 진단을 하고 항구적 대책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 해수의 담수화 설비를 갖추고 바다를 막아 담수호로 만들어 흘려보내는 빗물을 담을 저수지로 만드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눈앞이 아니라 30년, 혹은 그보다 더 멀리 보는 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군민 모두가 행복한 영광군을 만드는 데 무엇보다 급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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