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관저에서 키우는 개를 퍼스트 독이라 부른다. 재미삼아 붙인 호칭이겠지만 퍼스트 독의 정치적 무게를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대통령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역대 미국의 25명 대통령이 모두 강아지를 백악관에 들일 정도로 퍼스트 독은 미국의 경우 필수처럼 여겨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으로부터 선물 받은 포르투칼 워터 독 ‘보’를 퍼스트 독으로 세웠다. 함께 하객을 맞이하기도 하고 미셸여사가 병원을 방문할 때도 동행했으며, 평소에도 집무실 곳곳을 자유자재로 활보해 화제를 만들곤 했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도 관저에서 개를 많이 키웠다. 첫 번째 퍼스트 독은 고 이승만 대통령이 키웠던 스패니얼 종 강아지 네 마리였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스피츠 종인 방울이 와 진돗개 백구와 황구, 그리고 치와와 등 다양한 견종을 반려 견으로 삼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키우던 진돗개 송이와 서리는 재산이 압류되면서 경매로 팔려나갔다. 낙 찰자가 다시 전 대통령에게 돌려주면서 주인에게 돌아온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주인의 구속으로 갈 곳을 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퍼스트 독 진돗개들은 혈통 보존 단체에 분양하기로 결정됐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동물단체들은 대통령의 반려견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번식 견으로 전락할 위험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주인의 정치적 부침에 따라 퍼스트 독 또한 운명이 엇갈리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애견인 풍산개 ‘마루’가 퍼스트 독으로 드디어 청와대에 입성했다. 올해 8살, 사람 나이로 환갑이라 하는데 문 대통령과 함께 건강하게 오래 오래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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