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러‧미‧일‧중에 특사를 보낸 것도 사실은 사드 사태 해소가 핵심 관건이었다. 사드와 관련해 특사들 중 가장 중요한 임무를 띠고 중국을 다녀 온 이해찬 특사도 ‘중국이 변함없이 완곡하다’며 사드 갈등 해소가 여전히 녹록치 않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처럼 얽힌 가닥을 풀기가 난망한 것은 이미 사드가 우리 안방에 자리를 잡아버린 까닭이다. 한마디로 엎질러진 물이 됐다. 문제인 정부가 외교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부단히 방책을 강구하겠지만 벌써 저질러진 일이기에 외교적 행보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관계국과 외교적 해결책에 나서려면 대화를 할 수 있는 카드를 지녀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손에 쥔 카드는 현재의 국면에서 볼 때 무게감이 없다. 최소한 사드가 들어오기 전 미국과 사드배치 교섭단계에만 있었더라도 일이 이렇게 어렵게 꼬이진 않았을 것이다.

북핵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 사드를 들여올 수밖에 없다는 안보논리로 북한에 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을 은연중 압박할 수도 있다. 미국을 향해서는 북미대화, 남북대화를 먼저 추진해보고 사드 배치를 검토하자는 식으로 시간을 벌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관련국간 대화 단계가 깡그리 생략된 채 사드는 게릴라처럼 우리 안방에 둥지를 틀어버렸다. 이 때문에 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주도권을 쥐고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가기 보다는 최소한의 해법이라도 찾아야 하는 ‘출구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드 사태 또한 박근혜 정권이 국민에게 안긴 고통스런 짐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박 정권은 왜 그렇게 심사숙고 없이 사드 배치를 속결했을까. 박근혜 정부 초기 중국과 8차례의 정상외교를 했을 정도로 친중 행보를 보였던 사례에 비춰봤을 때도 중국과의 격한 갈등이 예고된 사드 배치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권초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친중 외교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는 한‧미‧일 군사협력 관계를 통해 북한을 압박한다는 군부의 오랜 안보 관행과는 차별화된 움직임이긴 했다. 군부 내 엘리트 조직은 군 출신을 정권의 요직으로 대거 발탁하면서도 대북 문제를 대중외교로 풀어가려했던 박 정권의 행보에 상당한 당혹감을 느꼈을 법도 하다.

그러나 북의 핵 도발은 계속 이어졌고 단기간의 성과가 쉽게 도출되지 않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안보 전략은 급속하게 군부의 입장으로 돌아섰다. 본디 군을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튼튼한 정치적 지지기반이자 대한민국을 지키는 유일한 안보집단이라는 도그마에 젖어있던 평소의 생각이 다시 작동된 셈이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거듭되고 있는 국면에 편승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각을 돌려세운 군부 내 강경 엘리트들은 급속하게 사드배치를 추진했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총리 권한 대행체제에서 사드 배치와 같은 중차대한 일을 전격적으로 처리했던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대북 갈등과 한․ 미 군사동맹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유지해왔던 정치적 입지를 일거에 다시 회복했다.

보수 우파 정권만 들어서면 다시 고개를 드는 군부의 이러한 편협된 안보관이 사실은 사드 문제에 도사린 심각한 병리이기에, 이를 쇄신하는 일이 문재인 정권의 또 하나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호재  언론인 ,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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