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기획한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누구랑, 어디로, 어떻게, 떠날 것인가“ 상상만으로도 입가의 미소가 번지면서 자꾸만 약속된 날짜를 기다리게 됩니다. 90명이 함께 여행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해산악회원들과 여러 가족들과 정다운 친구들과 함께 한밤중에 모여 반가운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버스에 몸을 싣고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해동용궁사에서 해돋이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새벽부터 펼쳐진 수평선 위로 붉은 무엇이 떠오르면서 잊혀 진 듯 숨어있던 젊은 기상이 함께 솟아나더군요. 용궁사 담벼락에 새겨진 “사노라면 언제 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궂은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던가 ~~” 익숙한 글귀를 다시 새기며 배낭을 메고 혹은 캐리어를 끌고 대마도로 향했습니다.

90명의 낯설음은 한 끼의 식사 나눔으로 끝이 났습니다. 낯설음은 오가는 눈빛 속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영락없는 영광사람들이었기에 말 한마디에 웃고 즐기는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서해산악회 회장님이 주신 손수건을 목에 두르는 순간 우리는 ‘함께’가 되었거든요. 함께 이동하고 같은 곳을 보며 다른 느낌을 나누며 서로에게 공감하여 여행자의 웃음으로 누구라고 할 것도 없는 영광사람으로 1박 3일을 보냈습니다.

대마도는 일본 땅, 독도는 우리 땅 우리 땅!! 마음에 새겨진 노랫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직전이었습니다. 고작 대마도 일 뿐인데 애국자가 된 듯 “대마도도 우리 땅, 독도도 우리 땅, 우리~ 땅” 이렇게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가이드의 설명뿐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부딪치는 사람들과 우리문화의 정서가 대마도에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히타가츠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우리를 반기는 것은 램프에 끓고 있는 우동과 초밥 몇 개, 국물만 놓인 점심이었습니다. 일본식 우동을 먹고 등산 팀은 아리아케(유명산)를 올랐습니다. 편백나무 가득하여 하늘을 가릴 정도였습니다. 2시간가량의 편백나무 산길은 편안하고 상쾌함으로 시원한 길이었답니다. 산행을 마친 후 덕혜옹주의 결혼봉축비 앞에서 치욕스러운 역사를 들어야했습니다. 덕혜옹주는 우리나라의 비극적 역사의 생생한 증언과도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느덧 해는 기울어가고 숙소로 향하는 중에 만난 비파 열매는 탐스럽게 익어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있었지만 이곳 사람들은 남의 것을 절대로 손대지 않는다고 합니다. 개인이 ‘우리’가 되어 쓸데없는 참견이나 간섭을 하지 않고 무조건 존중한다고 합니다. 절제된 주택구조만큼이나 간단하고 단조롭지만 절대로 깨지지 않아야 하는 개인의 존중이 일본의 기본적인 정서라고 합니다.

민숙은 일복식 민박집이라고 합니다. 현지에서 살아보는 것이 여행의 참맛이라고 하더군요. 색다른 주거문화가 신선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여 낯설었지만 엊그제 읽어본 ‘설국’이라는 책에 나온 주거 형태를 완전히 그려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1인분의 식사가 당연한 나의 권리가 되고 낭비를 막기 위한 공동 샤워실은 새로운 생각을 안겨주는 마음속 공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대마도는 80%가 산이라고 합니다. 울창한 산림이 빽빽이 들어차 그늘을 만들어주고 여기저기서 뿜어 나오는 웃음소리가 숲으로 가득하였습니다. 여행의 추억은 사진으로 남습니다. 여기를 보세요, 하나 둘, 웃으세요! 징검다리를 건너다가도 찰칵! 우리 함께 찰칵! 걷는 모습도 아름다워 찰칵! 찡그리며 찍는 사진은 없습니다. 그렇게 추억을 뒤로 한 채 우리는 부산행 여객선에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90명이 함께하는 여행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주 좋습니다. 여행이란 나와 다름을 찾으러 가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오늘에 둘러싸인 나를 어찌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우리는 여행을 떠납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방법은 낯선 사람들과 여행을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다른 곳에서 다른 문화를 만나 다르게 반응 하는 ‘나’를 찾는 여행은 각자의 다른 색깔 추억으로 남겨집니다.

서해산악인들은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공감능력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80대부터 30대까지 함께 산행을 하고 여행을 하며 28년을 살아왔습니다. 함께 공감하는 시간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정으로 쌓여 오늘은 내일이 될 것입니다.

함께하신 “영광사람”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인연으로 다시 만날 시간을 기다리겠습니다.

서해산악회 김미란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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