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미국은 인종 전시장이다. 지구촌 거의 모든 인종이 모여 산다. 본래의 주인이던 인디언은 존재조차 희미하다. 무슨 일을 하든 미국에 가면 행복하게 잘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나라가 됐다. 그 꿈이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그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는 계급 없는 사회다. 경제적으로 풍요도운 사회, 자유로운 정치체제를 꿈뀠다. ‘아메리칸 드림’이다.

현재도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사람들의 이상향으로 꼽힌다. 수없이 많은 한국인들도 미국에 가서 성공해 정착했다. 그들의 성공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세월을 쌓은 결과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동경한다. 우리 뿐 아니라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미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청교도들에 이어 ‘아메리칸 드림’을 안은 유럽의 떠돌이들이 새로운 삶을 꿈꾸며 나라를 세운지 200년도 되지 않아 세계 최강의 나라로 만들었다. 2차 대전 이후 소련과 지구촌의 전쟁과 평화를 좌지우지했다. 소련이 붕괴된 1991년 이후엔 초강국으로서 세계 질서에 더욱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이런 미국을 트럼프 대통령이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어가고 있다.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 상식적이지도 않다. 막말은 전매특허다. 미국은 왜 트럼프를 선택했을까? 전직 누드모델 출신 아내는 세 번째 부인이다. 전 부인도 배우와 모델이다. 프랑스 전 대통령 사르코지의 부인과도 염문을 뿌렸다. 다이애나 비에게 치근거리다 퇴짜를 맞기도 했다. 관료들에게 뇌물을 줘가며 부동산 재벌이 됐다. 오늘 한국의 잣대로는 적폐청산 대상이다.

드디어 트럼프가 큰 사고를 쳤다. 파리기후 협약 탈퇴 선언이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195개 국가의 협약에서 빠지겠다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발끈했다. 미국을 ‘왕따’시킬 기세다. EU와 중국 주도로 세계 질서를 재편할 기세다. 미국은 세계 제1의 탄소 배출국가다. 파리기후협정도 주도했다. 트럼프가 미국을 지구온난화를 외면하는 나라로 만들었다.

미국은 이제 ‘꿈’의 나라도,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나라의 지위도 상실할 위기다. 유럽을 비롯한 모든 나라들이 ‘최강국’ 대우를 접을 태세다. EU와 중국이 지구온난화를 막는 탄소배출량 줄이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새로운 세계질서가 태동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을 최고에서 최악으로 밀어뜨리고 있다. 미국이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추락하고 있다.

지구 온도는 산업혁명기인 1750년대에 비해 0.7도 올랐다. 빙하가 녹아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 고통을 받고 있다. 2030년대에는 1도가 높아져 생태계가 위협 받고 15억 이상이 물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2050년대에는 2도가 높아져 일부 생물이 멸종이 예고됐다. 2070년대에는 3도가 올라 곡물생산에 큰 손실을 초래한단다. 30억 이상이 물 부족으로 허덕이게 되는 지구의 미래는 ‘공포’ 그 자체다.

트럼프의 기후협약 탈퇴 선언은 “미국이 지구를 오염시키든 말든 너희는 간섭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눈앞만 보고 살겠다는 말이다. 온난화에 의한 지구 멸망 시나리오를 사기로 알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딱하다. 미국이, 미국인들이 딱하다. 한국은 자의든 타의든 ‘혈맹’이다. 국제사회에서 ‘왕따’ 당하는 미국이 비틀거리는 것은 우리에게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다운 미국으로 되돌아가길 빈다. 트럼프는 미쳤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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