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새옹지마임에 틀림없다.

한때 최순실을 지극히 모시다 국정농단의 조역이 된 김종 전 차관은 여전히 감옥에 운명이 묶여 있고, 그 무렵 험한 꼴을 당했던 노태강 전 체육국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총괄하는 문체부 2차관으로 귀환했다.

노 차관은 비선실세 최순실의 편을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쁜 사람’으로 찍혀 직을 그만뒀었다. 체육행정 분야에서 오래도록 일했기 때문에 성공 올림픽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게 청와대가 내놓은 하마평이다.

최근 검찰 인사에서도 인생 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강도 높게 수사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미운 털이 박혀 한직을 전전하던 윤석렬 검사는 정권이 바뀌자 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반면에 승승장구 잘나가던 우병우 라인 검사장들은 한직으로 나락하거나 스스로 옷을 벗었다.

역전의 드라마는 이명박 정권까지 배경 삼고 있다. MB정권 시절 군 공항 작전에 방해가 된다 해서 제2롯데월드를 끝까지 반대하다 임기 7개월을 앞두고 경질까지 당한 김은기 전 공군 참모총장은 유력 국방장관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원칙과 소신을 지킨 공복들이 정권의 부당한 압박으로 억울한 고통의 시간을 보낸 후 속속 명예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대다수 국민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정의가 바로 세워지는 느낌으로 다가서기 때문이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의 한 대목이다.

이제 권력의 단 맛을 뒤로하고 내리막길을 걷는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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