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알을 깔 때 알 속의 병아리가 껍데기를 깨뜨리고 나오기 위하여 그 안에서 쪼는 것을 ‘줄(啐)’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알을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啄)’이라 합니다. 이 둘이 동시에 행해질 때 사제지간의 관계가 서로 무르익는다는 뜻의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교사가 학생의 역량을 알아차리고 이를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스승의 예리한 기질을 비유한 것입니다.

스승의 뛰어난 통찰력과 더불어 제자가 본인에게 둘러싸인 두꺼운 벽을 깨고 나오려는 노력이 합하여진다면 교육의 성과는 극대화될 것입니다. 대학진학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은 입시라는 엄청난 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고단하기만 한 수험생활의 현실과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 아이들의 고민을 매일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두 가지 조언을 전하고자 합니다.

첫째, 자신이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믿음을 가지길 바랍니다. 본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여 자존감이 낮아진 학생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미리 한정짓고 자신은 그 정도의 사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단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음에도 미리 포기해버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사과 안에 있는 씨앗의 개수는 셀 수 있지만, 씨앗 안에 있는 사과의 개수는 셀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잠재력은 무한하며 미래에 그것이 반드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길 바랍니다.

둘째, 항상 준비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인생에서는 여러 번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기회를 잡을 수 없습니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바로 도전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무방비 상태로 기회를 맞이했을 때 그것을 놓치고 후회하기 보다는 항상 준비되어 있을 때 어떠한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것입니다.

세상에 나오기 전 두려움은 당연한 것입니다. 자신이 마주한 벽이 생각보다 단단하고 두꺼워서 혼자 힘으로 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현실이라는 캄캄한 벽을 뚫고 나오기가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믿음과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항상 준비되어 있을 때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교사로서 항상 같은 자리에서 학생들을 지켜봐주고 세상에 안전하게 나올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 자신에게 둘러싸인 벽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세상으로 나와 푸른 하늘을 멋지게 날아갈 미래를 기대해봅니다.

이지은 영광고 교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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