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ENRIQUE METINIDES 인생 최악의 순간에

ENRIQUE METINIDES

#nightcrawier

제이크 질렌할의 광기를 볼 수 있었던 영화 <나이트 크롤러>는 사고 현장을 기록하는 특종 기자의 이야기이다. 보다 더 자극적인 이미지에 열광하는 대중. 그런 대중의 만족을 위해 매체는 더욱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을 요구한다. 영화에서 제이크 질렌할이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비극에 집착하는 모습은 관적이다. 도덕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그가 찍은 비극은 어김없이 특종이 된다.

그렇다면 대중은 왜 비극에 열광할까? 이것은 우리가 공포 영화를 보며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비극을 목도한 시청자의 연민. 타인의 불행을 보고 마음 아프게 공감하면서도, 자신의 삶은 안전하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비극 앞의 연민은 그저 감상적일 뿐. 도덕적 해이를 말할수도 있지만 자신의 삶보다 무겁게 잴 대상은 없을 것이다. 연민이나 동정심에 피해자의 의견은 중요치 않다.

타인의 비극을 이용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행위는 흔한 일상이다. TV에서는 블랙박스 사고 영상을 보여준다. SNS에서는 길거리 싸움이나 애인의 외도를, 신문에서는 매일 충격적인 사건 사고를 찍어냄다. 여기서 우리는 피해자보다 피의자를 먼저 보게 된다. 피해자는 그저 비극의 등장인물로 소비되고 결국 비극만이 남는다. 비극은 그렇게 관망된다.

오늘 소개할 사진작가 엔리케 메티니데스 enrique metinides (멕시코, 1934년 2월 12일 출생)는 사고 현장의 비극을 찍는 사진작가이다. 그러니 미리 양해를 구해야겠다. 오늘 소개할 기사에는 보다 죽음에 가까운 사진이 있으니 보기 어렵다면 피하길 권한다.

멕시코 출신의 사진작가 엔리케는 10살에 사진을 시작한다. 사진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도 참 비극적인데, 관광객에게 카메라와 필름을 판매했던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게 된 것이 계기이다. 카메라를 쥔 엔리케는 유독 사고 현장에 관심을 가졌다. 사고 현장은 자신을 매료시켰던 갱스터 영화를 보는 것과 같았다. 훗날 엔리케는 사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 '미국 갱스터 영화'였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엔리케의 사진은 영화의 장면처럼 보인다. 또한 그의 사진집은 실제인지 허구인지 모호하게 보이도록 시선을 재배치 해놓는다.

사진을 시작한 지 1년 후 엔리케의 아버지는 식당을 열었고, 지역 경찰이 점심을 먹으러 매일 찾아왔다. 그 덕에 엔리케는 경찰을 따라다니며 사고 현장이나 시신을 찍게 되었다. 어린 엔리케는 범죄 사진가가 되길 원했다. 전 세계언론의 범죄 사례를 스크랩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11살에 식당 주변에서 일어난 자동차 충돌 사고를 찍다 Le prensa 신문의 사진 기자와 만나게 되고, 그가 엔리케를 조수로 고용하면서 정식으로 범죄 사진가의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범죄 사진가로 50년간 활동하며 암살, 재난, 교수형, 수많은 죽음을 목격한다. 그러나 엔리케를 가장 매료시켰던 것은 비극보다 그를 보러 온 구경꾼들이었다. 자신이 희생자가 아님을 신에게 감사하는 사람, 단순한 호기심, 죽음에 대한 매혹,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엔리케는 그들이 어디서 왔든지 상관없이 가십을 좋아했다고 말한다.

엔리케 메티니데스의 사진은 잔혹하고 비윤리적이다. 그는 숱하게 많은 시신을 촬영했지만 애써 연민하지 않았다. 이러한 비극은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사진 속에 죽음만 아니라 죽음을 보러 몰려온 구경군까지 담으려 노력했다. 맥없이 쓰러진 시신 곁에 서서 불행의 대상이 자신이 아님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모든 생명의 끝은 같기에 타인의 죽음이 관망되는 것은 아닐까. 동정심에 수반되는 거부감. 일치되지 않는 감정에 혼란을 느낀다. 엔리케 메티니데스의 사진을 보며 비극을 어떻게 마주하는지 생각해보았다.

"인생 최악의 순간에 저를 만나게 되실 겁니다." 나이트 크롤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