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모여들어 바다를 이루듯이, 나무들이 모이면 숲을 이룬다.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들은 제가끔 서있지만 한데 모이면 그늘과 쉼이 있는 경이로운 숲을 만들어낸다.

시인 정희성은 이를 사람이라는 무수한 나무들은 왜 세상이라는 경이로운 숲을 이루지 못하고 현대라는 메마른 땅에서 파편화된 삶을 외롭게 살아가는지를 고통스럽게 토로했다.

“…제가끔 서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낯선 그대와 만날 때/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더불어 사는 공존의 삶이 실종된 현대를 나무와 숲의 생태적 인과에 비유해 그 소외를 아프게 반추한 것이다. 숲은 또한 성찰과 사색의 오솔길로 상징되곤 한다.

20세기 사상계의 거장인 마르틴 하이데거의 명저 ‘숲길’은 진리를 향해 길을 떠났던 한 철학자의 고뇌와 숙고의 여정이 담겨 있다. 세계는 지상에 존재하는 일체의 것이 서로 상보적인 관계 속에서 조화롭게 펼쳐지는 진리의 세계라는 자신의 지론을 숲이라는 상징을 통해 펼쳐 보인다.

이처럼 시와 철학의 주제로 곧잘 등장하는 숲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나무들의 군락이 아닌 인문적 공간이다. 마을에 숲을 가꾸는 진정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힐링과 치유의 숲이라는 명명도 그러한 의미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영광군이 쾌적한 산림휴양공간을 가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왕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으니 제대로 했으면 싶다. 인공적인 시설물 설치에 힘을 쏟기 보다는 숲과 숲길의 진면목을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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