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가뭄이 심각하다. 바닥이 갈라진 저수지와 저류지를 보는 마음이 참담하다. 조금이라도 물을 얻기 위해 갈라진 바닥을 파고 적은 양이나마 양수기를 돌리는 농심은 갈라진 저수지 바닥보다 더 갈라지고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수자원 확보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4대강 사업을 했다. 40여 가지 복지 예산 까지 없애고 집중 투자한 사업의 효과가 ‘녹차라떼’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4대강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22조2천억 원에 달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등 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한다고 했다.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으로 강의 건강성을 회복한다고도 했다. 문화 여가 수요를 충족시키는 친수 공간도 확보된다고 했다. 일자리 창출 및 경기부양으로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사업이라고 홍보했다.

과연 4대강 사업은 이같은 효과를 거두었는가. 어리석은 질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재감사를 지시했다. 이명박 정권이 국민을 설득한 ‘효과’는 찾아볼 수 없다. 올해 우리 들녘은 가뭄으로 타들어가고 있다. 첫 번째로 내세운 ‘물 문제 근원적 해결’은 헛소리가 됐다. 강의 건강성 회복은 ‘녹조라떼’가 ‘사기’라고 말해주고 있다. ‘녹차라떼’가 둥둥 뜨는 강변이 무슨 얼어 죽을 친수공간인가. 지역경제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 사람은 그들 뿐 아닐까 싶다. 결과만 본다며 4대강 사업은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지금 들녘은 가뭄으로 타들어가고 있다. 국민을 호도한 국정의 실패가 낳은 비극이다. 모를 심었지만 물이 말라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 논이 늘어가고 있다. 비는 내리지 않으면서 장마철은 속절없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쌀 생산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 재고 쌀이 있으니 식량 부족 사태가 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농민들은 ‘싸구려’쌀마저 팔 것이 없어질 위기다. 농업을 경시한 국정 탓이다. 이같은 가뭄이 계속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가뭄과 홍수 사태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

17일 이개호 의원과 김준성 군수, 강필구 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군의원, 이동권 도의원 등이 찾아간 가뭄 지역 농민들은 수자원 확보를 간절히 호소했다. 근원적 해결책을 요구했다. 당국의 실책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국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광군도 가뭄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항구적 대책 마련이다.

“대책을 건의하면 예산 타령만 했다. 300억 원이 든다는 대책이 900억 원으로 늘었다”는 농민들의 말을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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