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없으면 괜찮은 무원칙 행정 / 원칙 대로면 떡 생산 차질 불가피 / "허가 조건에 없었는데 폐쇄라니…"

모싯잎 떡은 영광 지역경제의 효자 산업이다. 128개 업체가 연간 3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광군은 떡 산업 진흥을 위해 담당부서까지 만들었다.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업체는 영광군의 지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모싯잎을 가공 판매하는 A업체의 경우 허가 조건에 없는 폐수처리시설을 하지 않을 경우 폐쇄하겠다는 행정명령까지 받았다. 폐수를 무단 방류해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고발성 민원에 대한 조치다. 군은 주변 하천물을 채취해 연구소에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검은 색을 띄어 혐오감을 주지만 냄새가 나거나 농작물 등에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

군은 A업체에 3개월 안에 폐수처리 시설을 하지 않으면 3개월간의 영업정지에 이어 공장 폐쇄명령을 내리겠다고 통보했다. 이 업체 대표는 “허가를 내주고 공장을 폐쇄시키라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군에서 요구하는 모든 시설을 갖추고 법에 위배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다고 한다. 군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면 민원이 없는 농공단지로 들어가 공장을 설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내 업체의 경우 폐수 관련 민원이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원이 발생하면 폐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원하는 무원칙 행정이라는 주장이다. “폐수처리시설에만 2억여 원이 든다. 다른 곳에 공장을 설립하고도 남는 돈이다” 업체 대표의 말에 설득력이 있다.

이 업체 주변에서 벼농사를 하는 한 농민은 모싯잎 삶은 물을 논에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모싯잎 삶은 물은 영양분이 풍부해 벼농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한쪽에서는 요긴하게 쓰이는 모싯잎 삶은 물이 또 어느 한 쪽에서는 민원사항이 되고 있는 상황이 ‘모싯잎 떡 메카’라는 영광군의 실정이다.

영광군은 모싯잎 떡 산업 활성화를 위해 분주하다. 올해 지리적 표시제 등록을 마쳤다는 실적을 홍보했다. 국산동부 품질개선과 보급확대를 위해 지원금도 지불하고 있다. 영광쌀 사용도 지원한다. 업체의 의식제고와 신상품 개발 등을 위한 교육과 워크샵도 자주 갖는다. 명품화를 위해 올해 위생 포장기 8대도(대당 650만 원) 지원했다.

하지만 관련 업체 대다수는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 지원은 받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결국 일부 업체에만 주어지는 혜택이 업계 전체에 주어지는 것처럼 포장되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영광군내 모싯잎 가공 업체는 7개다. 연간 800톤의 모싯잎이 가공되고 있다. 그중 100톤 정도를 A업체에서 생산 하고 있다. 폐수처리시설을 갖춘 업체는 단 한곳도 없다. 폐수처리시설은 허가요건에 없었기 때문이다.

폐수정화시설은 2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모싯잎 가공업체로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큰’ 부담이다. 지역경제에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떡 산업 활성화를 위한 영광군의 지원책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요구된다. A업체를 폐쇄해야 한다면 당연히 7개 업체 모두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 모싯잎 떡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국적으로 모싯잎 떡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선두주자인 영광 모싯잎 떡이 군의 원칙 없는 행정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영광군이 선택해야 한다. 폐수처리시설 비용을 지원하거나 모싯잎 떡 산업을 포기하거나.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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