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널리 회자되는 유명 시인들 중에는 오행시를 썼던 사례가 적지 않다. 대만의 현대시인 바이링은 오행시를 통해 세계적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그의 오행시는 동양사상인 음양오행의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미국의 국민시인이라 불리는 휘트먼 역시 오행시를 남겼다. 팝 뮤지션의 전설이자 때로 음유시인으로 불리기도 한 비틀즈의 존 레논 또한 정치행위의 일환으로 1973년 발간된 랜 리치몬드의 책에 오행시를 기고한 적이 있다.

오행시가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작가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구조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오행시는 또한 그 형식상 빠른 상상력과 순발력을 요구하고 있기에 창의력을 키우는 놀이 프로그램이나, 언어 교육 프로그램에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때아니게 오행시가 우리 정치권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이 홍보를 위해 당명을 제목으로 오행시 공모를 했는데, 오히려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당을 조롱하는 국민놀이로 번졌기 때문이다. 의도했던 바와는 정 반대로 ‘자폭 이벤트’가 된 꼴이다.

급기야는 이러한 국민적 분위기에 편승해 더민주당의 추미애 당 대표가 한국당을 오행시를 빌어 비난하고, 한국당 역시 오행시로 여당을 치받으면서 여야 정치권이 오행시 정쟁을 벌이는 추세다. 오행시라는 시적 구조를 빌려 정적을 공격하고 있기에 국민들 입장에선 흥미롭게 관전할만한 국면이기도 하다.

겸허한 마음만 가진다면 한국당 입장에서도 나쁘게 생각할만한 일도 아니다. 오행시에 담긴 짧고 강렬한 민심의 발로를 잘 읽어낸다면 오히려 당 발전에 큰 지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몸에 좋은 약은 원래 쓰지 않은가.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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