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吾等은 玆에 我 朝鮮의 獨立國임과 朝鮮人의 自主民임을 宣言하노라.’

최남선이 작성한 3‧1독립선언서 첫 구절이다. 한 달여 뒤인 1919년 4월 13일 ‘대한민국’을 국호로 한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됐다.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은 이렇게 태어났다. 국민 대다수가 아는 사실을 꺼내든 것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너무 딱해서다. 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촛불’의 힘으로 다시 시작한 대한민국이 너무 답답하다.

안으로는 무너진 국정은 아직 틀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사사건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야당 때문이다. 국정농단의 책임을 지고 쥐죽은 듯 엎드려 있어도 시원찮은 세력이다. 인수위 기간도 없이 시작한 정권이다.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으니 잘해줄 것을 바라야 한다. 다만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정도면 충분하다. 나대고 잘난 소리 하면서 국정 바로세우기를 방해하는 꼴이 정말 역겹다.

밖으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진땀을 흘리고 있다. 98년 전 독립국임을 선언한 대한민국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미국이 배치한 싸드 때문이다. 중국은 마치 우리가 도발이나 한 것처럼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작 싸드를 배치한 미국은 자국의 무력만 과시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시위다. 환경영향평가와 국회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우리 주장에 불쾌감만 드러냈다. 한국의 입장이나 어려움 따위는 상관할 바 아니라는 태도다. 오히려 경제적 압력만 가중시키겠다는 시그널만 보내고 있다.

뭣 뀐 놈이 성낸다고 했다. 싸드는 미국이 배치했다. 물론 운영도 미군이 한다. 대한민국 안보를 빙자한 미국 보호용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자기네가 배치하고 우리는 어떤 피해를 보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것은 예의염치가 없는 짓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주먹을 과시하며 막말로 위협하는 깡패와 다르지 않다. 자국 군인의 희생을 불사하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고마운 미국은 어디 갔는가. 춥고 배고플 때 옷과 우유‧밀가루를 주던 미국은 어디 갔는가. 지난 70년간 ‘키다리 아저씨’ 같았던 미국은 죽었는가.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한반도에 전개된 미 전략무기를 축소할 수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교수가 미국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속이 다 시원했다. 구구절절 틀린 말이 없다. 미국의 일방통행에 끙끙 앓던 정부 관계자들도 내심 속이 시원했을 것이라 믿는다.

문 특보의 발언에 미국측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트럼프의 미국은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국내 반응이다. 보수 야당이 문 특보의 발언이 적절치 않다고 시비를 걸었다. 중책을 맡은 이가 경솔했다고 힐난했다. 청와대가 문 특보에게 경고를 했단다. 청와대도 내심 통쾌했을 것이 틀림없다.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판이라 ‘립 서비스’한 것으로 본다. 문 특보는 자문을 받고 안 받고는 대통령의 몫이라고 단호하게 잘랐다. 대통령이 특보 하나는 제대로 골랐다.

993년 거란이 고려에 침입해 왔을 때 서희 장군은 직접 적장 소손녕과 담판했다. 조리 있는 말로 거란군이 물러가게 했다. 여세를 몰아 압록강 동쪽 280리의 땅을 개척, 강동6주를 개척했다. 당당하고 조리 있는 말이 외교와 안보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오랑캐라는 거란족도 조리 있는 말에는 승복했다. 미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최강국이다. 제 말만 앞세우고 작은 이익에 매달리는 트럼프의 미국은 스스로 추락의 길을 가고 있다.

문 대통령이 28일 미국 방문에 나선다. 조리 있는 말로 트럼프의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국제무대 데뷔다. 국민을 감동시켰듯 미국을 감동시켜 미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국익을 증진 시킬 수 있길 기대한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