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필요 없이 관직을 함부로 주거나 함량(含量)이 부족한사람을 높은 직위에 앉힐 때 비유적으로 쓰는 말이다. 중국 삼국시대가 조조(曹操)의 위(魏)나라로 통일되고 얼마 안가서 다시 사마의(司馬懿)의 아들 무제(武帝) 사마염(司馬炎)의 진(晉)나라로 이어진다. 사마염은 진왕조의 기틀을 견고하게 하려고 한고조 유방(劉邦)의 방법을 따르기로 하고 사마씨 일족을 각국의 왕으로 봉(封)했다.

그중 사마염의 숙부인 사마륜(司馬倫)도 조(趙)왕으로 봉해졌다. 사마염이 죽자 황태자 사마충(司馬衷)이 뒤를 이었으니 그가 바로 혜제(惠帝)다. 사마염은 얼마안가 죽을 것을 예감(豫感)하고 황후 양(楊)씨의 친정아버지 즉 장인인 양준(楊俊)에게 후일을 부탁했다. 그 결과 양씨는 황태후(皇太后)가 되고 양준의 권세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양준의 실권(實權)은 오래가지 못했다.

혜제의 황후인 가황후가 자기 세력을 끌어들여 쿠데타를 일으켜 양준을 살해하고 권력을 장악했다. 가황후(賈皇后)는 자식이 없었다. 친정 조카를 자기의 아들로 위장해 궁 안으로 끌어 들이고 황태자로 만들기 위해 황태자 휼(遹)을 폐한 후 죽였다. 그동안 가씨 정권의 틈만 노리고 있던 조(趙)왕 사마륜은 군사를 일으켜 가씨 정권의 중심인물들을 모두 체포했다. 일부는 죽이고 손수(孫秀)와 공모하여 가황후를 폐서인 해버린다.

그 후 유폐해 금설주(金屑酒:죄를 지은 신하들에게 왕이 직접 죽이지 못하고 자살할 것을 명하며 내리는 금가루를 넣은 술)를 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다. 그리고 사마륜이 왕이 되고 혜제를 태상왕으로 받들었다. 그러자 제(齊)왕 사마경(司馬冏)은 장사(長沙)왕 사마예(司馬乂) 성도(成都)왕 사마영(司馬潁) 하간(河間)왕 사마옹(司馬顒)과 연합하여 황제를 칭한 사마륜을 죽이고 다시 혜제를 황제로 세웠다.

제왕 사마경이 혜제를 보좌하고 나머지 왕들은 가자 군사를 돌려 자기 임지로 돌아갔다. 이 내란은 무려 16년 동안 계속 되다가 끝이 났다. 이 내란을 ‘팔왕(八王)의 난’이라 한다. 사마륜이 왕이 되었을 때 그의 가까운 친척은 물론 친구들도 덩달아 벼슬을 하게 되었는데, 함께 반란에 참여했던 자들은 모두 단계를 뛰어넘는 파격(破格)적인 승진을 할 수 있었다. 그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심지어 그들의 종이나 심부름꾼 같은 무지렁이들도 작위를 주어 조회를 할 때면 초선관(貂蟬冠)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담비가 부족하니 개 꼬리로 잇는구나(狗尾續貂)” 라고 말했다. 이이야기는 ≪진서(晉書)≫에 나온다. 앞부분은 좋았으나 뒷부분이 흐지부지 할 때도 구미속초란 성어를 비유적으로 쓰기도 한다. 한(漢)나라 제도에 의하면 황제의 측근 신하들은 모자 측면에 담비(貂) 꼬리를 꽂고 앞에는 매미(蟬) 장식을 달아 황제의 총애와 믿음을 받고 있다는 것을 표시 했다. 이를 초선관(貂蟬冠), 혹은 초선(貂蟬)이라고 한다.

이런 장식은 황제의 허가가 있어야만 할 수 있었는데 우리나 조선시대도 높은 관직은 익선관(翼蟬冠)이란 모자를 썼었다. 정권이 바뀌면 보통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구미속초’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하다 보니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인재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임명하려고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오늘의 故事成語 이경일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