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영 영광군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소통을 강조하는 시대입니다. 광화문의 컨테이너 탑과 친구의 수렴청정은 대표적인 ‘불통’ 사례였고, 분노한 국민은 정치판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신임 대통령은 5.18 묘역에서 소통의 모범 답안을 보여주었습니다.

소통의 첫 단추는 경청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말하면 상대가 귀 기울여주기를 희망합니다. 경청은 ‘나는 당신을 존중하오, 당신에게 공감하오.’라는 무언의 메시지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처럼 쉬운 일이 없습니다. 경청이라니, 잠자코 들어주면 되지 않을까요?

부모는 풋내 나는 자녀의 고민을 듣다가 ‘다~ 너 잘되라고’ 말을 자릅니다. 듣기만 하자고 다짐해놓고, 해주는 말이 더 장황합니다. 이러면 자녀들도 반격합니다. 저희들끼리만 알아듣는 신조어와 줄임말로 부모를 소외시킵니다. 부부간에도 한편은 ‘왜 잔소리만 하느냐’ 푸념하고, 또 한편은 ‘말을 해도 들어먹지 않는다’고 화를 냅니다. 신입 직원의 제안은 ‘뭘 모르고 하는 말’ 쯤으로 무시하고, 숙련자가 노하우를 알려준대도 ‘꼰대의 자기 자랑’이라며 귀를 막습니다. 상대가 누구든 존중하고, 공감하지 않으면 경청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만 있다는 ‘홧병’의 9할은 불통에서 비롯됩니다. 소통이 망가지면 존중받지 못했다는 분노와 함께 온갖 억측과 오해가 쌓입니다. 남의 마음을 묻지도 않고 알려 하고, 알지도 못하면서 판단하다보니 오해가 오해를 낳습니다. 불통의 결과요, 홧병의 근원입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처럼 알아듣거나, 눈빛만 봐도 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어렵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무릎을 탁 치며 감탄하는 것입니다. 일단은 말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잘 들어줘야 통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소통의 시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높낮이 없는 대화가 풍부해지길 바랍니다. 말하는 이도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며 조리 있게 말해야 하고, 듣는 이는 일체의 권위와 선입견 없이 경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 잘하는 사람이 천냥빚을 갚는다면, 말 잘 들어주는 사람은 만냥빚을 갚습니다. 경청만 잘해도 소통의 물꼬가 트입니다.

남주영 영광군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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