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순 성지송학중학교장

세월이 가면서 ‘나도 따지고 지적하고 가르치는 일보다는 감싸 안는 일이 조금 늘어나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나보다도 일찍 이러한 마음을 갖춘 학생들의 모습을 보았다.

매주 화요일 아침 조회 시간에 ‘네내 이야기’(너와 나의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전교생 누구나 한번씩은 발표하고 질문하는 자리로서 평소에 관심이 있는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질문을 받는 발표장이다.

지난 주에는 우리 학교에서 말을 제일 안하는 3학년 학생이 발표를 하게 되었다. 드디어 그 학생이 발표를 하는데 몇마디 하고 아무말 없이 쉬고, 또 한마디 하고 길게 쉬고, 그러면서도 포기 하지 않고 계속 마이크는 잡고 있고, 바쁜 아침 조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누구도 내려오라고 야유하는 사람도 없고 평소 자주 떠들던 아이들조차 아무말 없이 무대를 응시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말못함을 무시하는 학생도 없고 어떻게 하든지 포기하지 않고 말을 하려는 두 모습을 지켜 보면서 인성 교육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그 자리에 있던 후배에게 물어보았다. 그 시간 어떻게 그렇게 조용히 있었느냐 하니 평소에 못들었던 그 형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단다. 또 다른 학생은 그 형이 무안해 할 까봐 조용히 있어야 할 것 같았다고 한다.

인성교육이 다양하게 행해 지고 있다. 이벤트 형태를 띈 것부터 일상생활에 녹아지듯 눈뜨면서부터 잘때까지 자연스럽게 되어지는 교육 형태까지 다양하다. 단연 자연스런 교육이 인성 변화에 가장 효과적이다.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을 잘해나가기 위해서 우리 학교에서 밥먹듯 늘 하는 것이 ‘마음 공부’이고 ‘마음 멈춤’이다.

일상사에서 멈춰야 해결 되는 일들이 많다. 더구나 기숙사 학교에서 24시간 같이 붙어있는 우리 학생들은 환경상 시비가 붙으면 한참 붙을 수 있는 사춘기 학생들인데 마음 멈추는 공부를 하다보면 이렇게 남을 배려하고 감싸안는 마음을 내게 되니 감사한 일이다.

며칠전만해도 사상 최악의 가뭄이란 말이 들릴 정도였는데 이제는 마른 장마로 변하면서 날씨따라 사람의 마음이 불편하여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마음을 늘 고슬고슬하고 보송보송하게 만들기 위해 마음을 챙기며 사는 우리들이지만, 마음 공부를 하면 불편함은 불편함인데 그 불편함을 수용 하는 법을 알 뿐이다.

일기예보에 따라오는 ‘불쾌지수’라는 말이 있다. 불쾌지수 = 0.72(건구온도+습구온도)+40.6 라 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상쾌지수는 어떻게 볼까?상쾌지수 = 0.79(긍정하고 멈추는 자세 + 상대방을 감싸안고 배려하는 마음)+21 로 보며 어떨까? 스스로 긍정하고 멈추는 자세를 50점 만점으로 하고, 상대방을 감싸안고 배려하는 마음도 50점 만점으로 한다. 이게 만점이면 79점이다. 79는 친구를 뜻하는 숫자이고, 상대와 내가 더불어 함께하는 마음, 즉 둘이 하나 되는 숫자 21을 더하면 100이 되는 지수이다.

살아가면서 불쾌한 감정을 먼저 느끼기보다 비록 작은 수일지라도 상쾌한 감정을 먼저 챙기고 멈춘다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주위 인연들과도 아름다운 사이를 가꾸어 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장희순 성지송학중학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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