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삼은 것은 길게 잡아야 440년이 안 된다. 건기와 우기의

구분이 명확한 열대 지방에서는 그 경계를 한해의 처음으로 여기는 풍속이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9월 21일 추분이 새해의 시작이었다. 그리스에서도 기원전 5세기 까지는

12월 21일 동지가 신년 첫날이었다.

지금처럼 새해의 시작이 1월 1일이 된 것은 유럽의 가톨릭 국가들에서 1582년 그레고리

오력을 채택한 후 부터다. 그러나 실제로 독일·덴마크·스웨덴 등에서는 1,700년 경, 그리

고 잉글랜드·아일랜드 등에서는 1,752년에야 1월 1일이 새해 첫날로 공식화됐다.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새해를 인식하는 시차가 이처럼 다양했던 데는 농경과 전통

축제 등 민족고유의 정체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제 민족들이 자신들의 공동

체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과 전래된 문화에 따라 새해를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새해를 지정하는데 민족자주권이 행사됐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타인의

일정에 맞춰 턱없이 분주한 송년을 보내고 새해 맞기에 바쁜 현대인들의 입장에선 부러운

풍속일는지도 모른다.

우물쭈물 새해도 닷새가 됐다. 역사 속에서 인류가 새해 결정권을 가졌던 것처럼, 현

대인들도 달력의 경계를 넘어서는 개개인의 독자적인 새해 인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로마

의 철인 아우구스티누스는 “새로운 시간 속에 새로운 마음을 담아야한다”고 새해의 의미

를 규정했다. 새로운 마음이 담기지 않으면 새해의 시작이 아니다는 얘기다.

고대 잉글랜드에서는 신년행사로 굴뚝 청소를 했다 한다. 좋은 해를 맞이하기 위해 잘못이

나 악습을 고치는 결의의 의미를 교훈하는 풍속이다. 깨끗한 지붕에 신의 행운이 깃든다는

기원도 담겨있었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새해를 맞는 마음의 굴뚝청소를 해야 할 때이다.

말끔한 굴뚝이 세워진 지붕에 복도 내려준다 하니 서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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